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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가' IOC 바흐 위원장 방북 의미는…김정은 위원장 만날까

중앙일보

입력

북한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방북 사진.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방북 사진. [노동신문 캡처]

평양을 방문 중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29일 평양에 도착했으며 31일 오전까지 체류할 예정이라고 IOC가 2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북한도 29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 대표단이 29일 평양에 도착하였다”고 전한 데 이어 30일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바흐 위원장과 일행과 북한의 IOC 위원인 장웅이 함께 찍은 기념 사진을 공개했다.

IOC는 “이번 방문은 북한의 초청에 의한 것”이라며 “IOC가 206개에 달하는 모든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와 진행해온 긴밀한 협력의 일환”이라고 밝혀 방북에 지나치게 의미가 부여되는 것을 피하려 했다. 방북 목적에 대해선 “평창 겨울올림픽에 성공적으로 참가한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더욱 향상시키고,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2020년과 2022년 유스(청소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출전 자격과 준비 상황 점검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바흐 위원장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선 일체 함구했다. 그러나 바흐 위원장은 ‘세계 스포츠 대통령’으로서 국빈 대우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정은과의 만남이 유력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1차전 남북단일팀 대 스위스 경기 응원을 마친 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등과 함께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1차전 남북단일팀 대 스위스 경기 응원을 마친 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등과 함께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바흐 위원장 본인도 적극적으로 평창 올림픽을 통해 남북 화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자임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남북 화합의 핵심 포인트였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개막식 남북 공동 입장도 그의 승인으로 가능했다. 그는 본지와 지난 인터뷰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 입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었다”며 “우여곡절 끝에 남북 공동 입장이 성사됐을 때 눈물도 흘렸다”고 밝혔다.

1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왼쪽부터), 김일국 북한 체육상,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장이 기자회견 후 손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왼쪽부터), 김일국 북한 체육상,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장이 기자회견 후 손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IOC 수장으로 당선된 뒤에도 평창 올림픽에서의 남북 화합이 그의 주요 어젠다가 됐다. 출전권이 없는 북한 선수들에게 특별히 와일드 카드를 배정하기도 했고, 1월20일엔 남북 관계자들을 스위스 로잔에 있는 IOC 본부로 불러들여 회의를 주재하고 공동 입장 및 단일팀을 공식화시켰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인 이달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선 “IOC의 주도로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며 “이 장면을 보며 행복하고 자랑스러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마지막 순간까지 성사가 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안도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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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사정에 밝은 한 스포츠 외교 관계자는 “야심가인 바흐 위원장이 평창을 통한 남북 화합에 IOC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할 것”이라며 “이번 방북도 그런 일환으로 보이며,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게 아마도 목표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바흐 위원장의 방북에 대해 “애초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 직후 방북하려고 했는데 그때 잘 안 맞았던 것 같다”며 “이번에 (김정은을) 만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한다”고만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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