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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예약 ‘호텔조인’ 폐업…“여행가려고 적금까지 들었는데”

중앙일보

입력

굿메이트가 운영하는 숙박예약사이트 '호텔조인'이 지난 26일로 폐업한다는 공지를 블로그에 통해 올렸다. [사진 호텔조인 블로그]

굿메이트가 운영하는 숙박예약사이트 '호텔조인'이 지난 26일로 폐업한다는 공지를 블로그에 통해 올렸다. [사진 호텔조인 블로그]

온라인 숙박예약서비스인 ‘호텔조인’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 호텔조인측은 “26일 폐업으로 서버까지 다운돼 별도 안내를 못하고 있다”며 “한국여행업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를 접수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지난 27일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29일까지 한국여행업협회(KATA) 불편처리센터 게시판에 올라온 피해사례는 약 200여 건이다. 카드나 온라인 결제를 통해 미리 요금을 지불한 경우다. 건당 예약 금액은 약 30만~50만원으로 전체 피해액은 6000만~1억원으로 추산된다. 갑작스러운 폐업 소식에 피해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피해자는 “여행 한번 다녀오겠다고 적금까지 들어서 저렴하게 숙박 예약했는데…”라는 글을 남겼다.

최창호 한국여행업협회(KATA) 국장은 “호텔조인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지만, 호텔조인을 운영하는 여행사 굿메이트는 서울보증보험에 5000만원 한도의 영업보증보험을 가입한 상태”라고 29일 밝혔다. 문서를 통한 공식 피해접수는 다음 달 2일부터 받는다. 최 국장은 “두 달간 공고 기간을 거쳐야 해 빨라야 6월 초에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 피해 금액이 보증보험의 5000만원 한도를 초과할 경우엔 소비자에게 피해액 전액 대신 피해 정도에 따라 일정 비율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지난 2003년 문을 연 호텔조인의 폐업 소식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최 국장은 “최근 수년 동안 호텔에 대한 대금 결제가 미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 등 조짐이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 관계자 B씨는 “호텔조인이 업력은 오래됐지만,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온라인여행사)와 신흥 숙박 앱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4년 주5일제 도입 이후 여행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최근 여행 시장이 모바일 앱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여행업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숙박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온라인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다.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브랜드와 여기어때·야놀자 등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주로 모텔을 파는 여기어때·야놀자는 수수료 외 광고료를 별도로 받아 수익성이 나은 편이다.

국내 숙박예약업체의 경우 숙박업소로부터 10~11%의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5~6년 전부터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는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16~18%, 많게는 20% 이상을 받는다. 또 가격표시제와 환불 등 국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버젓이 ‘환불 불가’를 내걸고 영업할 수 있는 근거다. 국내 업체가 이들과 경쟁하려면 할인 쿠폰 등을 통해 가격을 더 낮출 수밖에 없다.

숙박과 더불어 여행업의 한 축을 이루는 항공권 시장 판도도 변했다. 2000년대 초반 BSP(항공여객판매대금) 부문에서 수위권을 차지하던 탑항공은 최근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탑항공 관계자는 “여행사보다 온라인서 가장 싼 요금을 비교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며 “스카이스캐너 등에서 항공·숙박을 검색하고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OTA를 통해 예약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양무승 KATA 회장은 “항공·숙박예약 시장뿐만 아니라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 여행사는 전방위적으로 영업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며 “가격을 깎는 출혈 경쟁보다는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린 개성있는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인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지난 2010년 72%에서 2016년 89%로 늘었다. 또 같은 기간 ‘국내여행 총비용’은 16조8598억원에서 25조7485억원으로 52% 증가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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