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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챔프전 '히든엔진' 곽승석

중앙일보

입력

'만년 2위' 프로배구 대한항공은 2017~18시즌 V리그 챔피언 트로피를 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플레이오프에선 삼성화재에 1차전을 내줬지만, 2·3차전을 따내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 진출했다. 챔피언결정전서도 1차전을 5세트 접전 끝에 현대캐피탈에 내줬지만, 2·3차전을 3-0으로 따내며 우승까지 1승만 남겨뒀다.

대한항공 곽승석이 1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포스트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뉴스1]

대한항공 곽승석이 1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포스트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뉴스1]

배구에선 공격수가 가장 눈에 띈다. 대한항공이 챔프전 2차전에서 이긴 뒤 주목받은 건 31득점을 한 공격수 밋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다. 하지만 승리의 숨은 주역은 따로 있다. 레프트 공격수 곽승석(30·1m90㎝)이다. 곽승석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48득점, 공격성공률 53.7%를 기록했다. 챔피언결정전 3경기 기록은 41득점에 공격성공률은 67.3%다. 최다득점자는 아니다. 다만, 결정적 순간 실수 없이 공격을 마무리했다.

곽승석이 빛난 부분은 우선 서브다.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을 합쳐 6경기에서 서브 에이스 14개다. 정규시즌 31경기의 서브에이스가 16개였다. 정규리그 기록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다. 더 중요한 건 단기전에서 서브가 갖는 중요성이다. 서브 에이스가 나오면 경기의 분위기가 바뀐다. 게다가 연속득점으로 점수 차를 벌릴 수 있다.

대한항공 곽승석이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삼성화재전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인천=양광삼 기자

대한항공 곽승석이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삼성화재전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인천=양광삼 기자

곽승석은 수비가 좋은 공격수다. 2010년에 프로에 데뷔해, 2011~12시즌, 2013~14시즌 수비상을 받았다. 이번 시즌에도 수비 부문 3위다. 지난달 1일에는 개인 통산 수비 5000개를 달성했다. V리그 여섯 번째이자, 레프트 공격수로는 처음이다. 그에 앞선 5명은 여오현(현대캐피탈)·최부식(은퇴)·곽동혁(KB손해보험)·이강주(OK저축은행)·부용찬(삼성화재) 등 전원 수비 전담 선수인 리베로였다.

곽승석은 레프트 공격수지만 수비에 좀 더 집중하느라, 공격만 하는 선수보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다. 수비가 출중하다 보니 아예 리베로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과의 챔프전에서 리베로로 뛰었다. 곽승석은 "모두가 공격을 선호하지만, 배구에서 정말 중요한 건 수비다. '수비를 통해 팀 도움을 주는 선수'라는 평가는 더없는 영광"이라고 말했다.

포효하는 곽승석.[연합뉴스]

포효하는 곽승석.[연합뉴스]

곽승석은 2015~16시즌 주전에서 밀려나 웜업존(선수 대기구역)을 지키기도 있다. 후배 정지석(23)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곽승석을 제쳤다. 하지만 곽승석은 동요하지 않았다.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는데도 떠나지 않았다. 대신 팀의 필요에 따라 감독 주문대로 포지션을 가리지 않았다. 출전 기회는 다시 늘어났고, 요즘은 정지석과 함께 출전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 출신인 곽승석은 잘 웃지 않고 무뚝뚝하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농담도 많이 하고 자주 웃는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우승하고도,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곽승석은 "챔프전에서 정말 우승하고 싶다. 꼭 이기고 싶고,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2승1패로 앞선 가운데 챔프전 4차전은 30일 대한항공 홈인 인천에서 열린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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