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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성추행에 채용 비리까지 … 대구은행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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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 22일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인규 회장의 대구은행장 사퇴와 구속을 촉구했다. [뉴스1]

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 22일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인규 회장의 대구은행장 사퇴와 구속을 촉구했다. [뉴스1]

지난해 6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조사에서 대구은행은 전국 6개 지방은행 중 브랜드 평판 1위였다. 그런데 넉 달 만인 10월 갑자기 지방은행 중 최하위로 뚝 떨어졌다. 그러다 29일 오후에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잘나가던 대구은행의 브랜드 이미지가 몇달 사이 추락하고 박 회장이 사퇴까지 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부터 인사 청탁 본격 수사 #전국 지방은행 중 평판 1위였으나 #불과 넉 달 만에 최하위 곤두박질 #박인규 회장, 은행장직 사퇴했으나 #시민단체·노조 “회장도 사퇴” 주장

대구은행 문제는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간부 4명이 회식 자리 등에서 비정규직 여직원들을 성추행·성희롱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내부 감찰조사 결과 강제로 입맞춤하거나 만남을 요구하는 등 성추행한 정황이 나왔다. 대구은행 측은 성추행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간부 4명을 사안에 따라 파면·정직 등 중징계했다. 당시 대구은행장이었던 박 회장은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처우와 근무여건을 개선할 것”이라고 사과했다.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여가 지난 뒤에 또 사고가 터졌다. 박 회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해 32억7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상품권 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제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대구은행 제2본점과 박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연말 논란은 더 가중됐다. 은행 측이 내부 제보자 색출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경찰이 박 회장을 업무상 횡령·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청구한 두 차례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수사가 느슨해지자 대구은행 측이 임원 20여 명의 법인 휴대전화 등을 수거해 내부 제보자를 찾기 시작했다는 주장.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개인폰이 아닌 법인폰을 수거했기에 문제가 없고 통화목록을 확보해 제보자를 색출한다기보다는 은행 내 정보 유출에 대한 경고성 의미가 짙다”고 설명했다.

숫자로 보는 대구은행

숫자로 보는 대구은행

◆아직 매듭 안된 대구은행 문제=대구은행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달 경찰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박 회장과 은행 관계자 16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뒤부터 검찰 수사가 본격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대구지검은 비자금 조성 의혹과 별도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구은행 채용 비리 사건을 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6일 대구은행 사회공헌부서를 상대로 컴퓨터 자료와 직원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2015~2017년 사이 채용 청탁 리스트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28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대구은행 전 인사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2일 검찰이 전 인사부장에 대해 청구한 영장을 “증거인멸 우려가 크지 않다”며 한차례 기각했었다.

검찰은 또 추가로 DGB 금융그룹 부인회가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의심되는 금전 거래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GB 금융그룹 부인회는 1975년 만들어진 단체다. 박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CEO와 지점장 배우자 등 32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렇게 지역 대표 은행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수개월째 각종 악재가 겹치자 지역에선 대구은행과 박 회장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박 회장은 지난 22일 DG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대구은행장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대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와 대구은행 노조 측에선 박 회장이 DG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은행 노조는 지난 28일 오전 대구은행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장직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행장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 박 회장이 지배구조와 후계구도에 관여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대구은행의 위상과 신뢰,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29일 오후 박 회장은 그룹 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2일 임시 이사회에서 박 회장의 거취가 결정된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측은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 앞으로 고객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은행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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