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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류 이어 본류까지 … 불붙는 한탄강 ‘주상절리’ 훼손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신답리 한탄강. 한탄강댐 하류인 이곳엔 수직 형태를 띤 현무암 절벽인 ‘주상절리’가 강변에 병풍처럼 서 있다. 55만~12만년 전 용암 분출로 형성된 화산지형으로 국내에서 대표적인 현무암 협곡지대다.

최소 12만 년 전 생긴 현무암 협곡 #연천군, 유네스코 인증 추진하며 #트래킹 코스 조성 중 파손 드러나 #군 “강에서 돌 채취 … 공사비 절감” #주민들·시민단체 “대책 마련 촉구”

한탄강의 서쪽 편 일부 구간 주상절리와 강바닥의 현무암 암석 지대의 곳곳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깎여 나온 현무암 돌무더기는 최근 조성된 트래킹 코스의 조경석으로 강가에 쭉 늘어서 있다. 작은 구멍이 숭숭 뚫린 거무스름한 색깔의 현무암 바윗덩어리 수천개는 강가의 옹벽으로 설치돼 있다.

연천군·연천주민·시민단체 관계자가 지난 26일 한탄강 현무암 훼손 현장을 답사하고 있다.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연천군·연천주민·시민단체 관계자가 지난 26일 한탄강 현무암 훼손 현장을 답사하고 있다.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공사용 덤프트럭이 다녔던 트래킹 코스도 현무암 암석 부스러기 등 잡석으로 1~3m가량 높이의 둑처럼 쌓아 올려져 있다. 이 같은 현무암 훼손 현장은 2㎞가량 이어졌다.

이곳은 연천군이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연천읍 고문리~전곡읍 신답리~청산면 궁평리 9.55㎞ 구간에 조성한 ‘한탄강댐 주변 트래킹 코스’의 일부 구간이다. 연천군은 24억여 원을 들여 한탄강댐 주변의 환경정화를 겸해 댐 주변 지역에 기반·편의시설을 조성해 방문객들이 쉽고 안전하게 강변을 찾을 수 있도록 트래킹 코스를 조성했다.

연천읍 고문리~전곡읍 신답리~청산면 궁평리 9.55㎞ 구간에 조성한 ‘한탄강댐 주변 트래킹 코스’로 훼손된 한탄강 주상절리. [전익진 기자]

연천읍 고문리~전곡읍 신답리~청산면 궁평리 9.55㎞ 구간에 조성한 ‘한탄강댐 주변 트래킹 코스’로 훼손된 한탄강 주상절리. [전익진 기자]

이날 연천군 관계자 및 지역 주민과 함께 현장조사를 벌인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2년 전 환경부로부터 한탄강 일대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데 이어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추진 중인 연천군이 트래킹 코스 조성을 하면서 한탄강의 주상절리와 현무암을 파괴하는 것은 지자체가 자연환경 훼손에 앞장선 꼴”이라고 지적했다.

주민 최귀택씨는 “제주도 외에는 연천 한탄강 일대에만 집중적으로 분포된 천혜의 자연문화유산인 주상절리 등 소중한 현무암 지질은 자연상태 그대로 보존되어야 마땅한 일인데, 훼손된 현장을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사로 훼손된 한탄강 지류 차탄천의 주상절리.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공사로 훼손된 한탄강 지류 차탄천의 주상절리. [사진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당초 트래킹 코스 조경석으로 화강암을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한탄강의 암석인 현무암을 사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현무암 조경석을 조성한 것”이라며 “현무암 조경석과 바위는 대부분 강바닥 등의 울퉁불퉁 튀어나온 현무암을 채취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화강암 대신 한탄강 현무암을 사용하면서 공사비도 2억5000만원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 답사를 마친 연천 주민들은 “공사 이전 제대로 된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해 트래킹 코스 일부 구간에 조성된 강철 등으로 만든 대형 데크 구조물도 한탄강 절경인 주상절리 일대 풍광을 흉물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의양동환경운동연합·파주환경운동연합 등 경기 북부 7개 시민단체는 29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천군은 한탄강 지류인 차탄천에서도 현무암 주상절리를 훼손해 물의를 빚었다. <중앙일보 2017년 12월 15일자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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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은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2016년 6월부터 전곡읍~연천읍 6.64㎞ 구간 차탄천변 일대에서 굴착방식으로 차집관로 교체공사를 하면서 일부 구간의 주상절리와 현무암 지대를 파헤치고 있는 것. 연천군 관계자는 “차탄천을 우회해 공사하면 환경 훼손이 더 심하기에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공기를 1년 앞당겨 오는 6월 공사를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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