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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의 추억 … 야구 미생들 키워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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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프로 진출의 꿈을 안고 독립구단에서 뛰고 있는 저니맨 외인구단 선수들. [사진 저니맨 페이스북]

프로 진출의 꿈을 안고 독립구단에서 뛰고 있는 저니맨 외인구단 선수들. [사진 저니맨 페이스북]

1977년 창단한 서울대 야구부가 공식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둘 때까지 27년 걸렸다. 1무199패를 기록했던 서울대는 2004년 9월 특기생(전문선수) 팀인 송원대를 꺾는 기적을 썼다. 지고 또 져도 포기하지 않았던 서울대 야구부의 도전은 큰 울림을 줬다.

독립야구단 서울 저니맨 이길호 단장

이길호 단장 겸 대표

이길호 단장 겸 대표

독립야구단 서울 저니맨의 이길호(52·사진) 단장 겸 대표는 서울대 야구부 출신이다. 그는 “서울대 야구부에는 패배를 통해 성장하는 ‘오기 DNA’가 있다. 그게 바로 독립야구단 선수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저니맨은 프로구단에서 꿈을 펼치지 못하고 방출됐거나 아예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야구 미생(未生)’들이 모인 팀이다.

저니맨은 한국독립야구연맹(KIBA) 드림리그에 참가한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최익성씨가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을 모아 2016년 창단했다. 올해 1월 이길호 전 휴렛팩커드앤터프라이즈(HPE) 상무를 단장 겸 대표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대학 시절 군 복무 기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야구부에서 보냈다. 이 대표는 HPE에서 서버·스토리지 등의 세일즈를 담당했고, 휴렛팩커드 본사에서 주는 ‘올해의 세일즈맨상’도 두 차례나 받았다. 이 대표는 “퇴직 후 일자리를 찾다가 지인 소개로 최익성씨를 만났다. 오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에 가슴이 뛰었다. 아내를 설득해 구단 운영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야구 선진국’ 미국과 일본에도 독립리그가 있다. 일본에는 4개나 있다. 지역 기업 후원을 받아 선수들에게 연봉도 준다. 한국에는 8개의 독립야구단이 있지만 걸음마 단계다. 선수들이 오히려 100만원 정도의 회비를 낸다. 이길호 대표는 “팀 운영에 한해 5억원 정도 들 것으로 본다. 10억원은 있어야 선수들한테 회비를 걷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저니맨 합류 뒤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재를 털어 경기도 남양주시에 60평짜리 선수단 숙소도 얻었다.

이길호 대표는 “(야구단을 통해) 스토리를 팔겠다”며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선수들의 아름다운 스토리를 살 사람은 분명히 많다. 지속해서 스토리를 만드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만화가 이현세씨와 함께 티셔츠도 제작 판매하고, 구단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도 개발 예정이다. 연회비 5만원의 후원회원 1만명 모집이 우선 목표다. 이 대표는 “그 정도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며 “2년 안에 후원기업 10곳을 모아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길호 대표는 “나는 ‘야구 독립군’이다. 재기를 꿈꾸는 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될 때가 독립하는 날”이라며 “‘아내에게 2년만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해보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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