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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생 ‘황금세대’ … 프로야구 루키들 일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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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는 ‘21세기 최고의 신인 드래프트’로 불렸다. 과언이 아니었다. 2018시즌 뚜껑을 열자 1999년생 ‘괴물급’ 신인이 줄줄이 실력을 뽐내고 있다.

개막 첫 주부터 특급신인 맹활약 #삼성 양창섭, KIA에 무실점 선발승 #두산 곽빈·한화 박주홍도 위력투 #kt 강백호는 개막 첫 타석 홈런포 #베이징올림픽 ‘금’ 보고 야구 입문 #올 시즌 ‘베이징 키즈’가 흥행카드

우완 신인 투수 양창섭(19·삼성 라이온즈)은 28일 광주 KIA 타이거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4피안타·2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승을 따냈다. 전날 KIA에 0-17로 크게 졌던 삼성은 양창섭의 호투에 힘입어 6-0으로 이겼다.

역투하는 삼성 양창섭 [연합뉴스]

역투하는 삼성 양창섭 [연합뉴스]

양창섭은 이날 승리로 다양한 기록까지 세웠다. 역대 6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 데뷔전 최연소(만 18세 6개월 6일) 선발승 등이다. 게다가 고졸 신인 역대 두 번째 데뷔전 선발 무실점 승리를 거뒀는데, 이는 류현진(LA 다저스)이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2006년 4월 12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7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승리에 이어 두 번째다. 양창섭은 “첫 선발이지만 긴장보다는 설렘이 컸다. 볼 개수를 줄여 효율적으로 던져서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양창섭은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삼성 팬들은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투수에게 칭찬을 쏟아냈다. 7억~11억원을 준 외국인 투수 보니야(1패, 평균자책점 24.30)와 아델만(1패, 평균자책점 6.75)이 실패한 승리를 양창섭이 해줬기 때문이다. 그의 계약금은 2억6000만원, 연봉은 2700만원이다. 삼성 투수 윤성환은 “19세에 저렇게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나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수에게도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창섭에 가려졌지만, 신예 곽빈(19·두산)도 이날 잠실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3-4로 뒤진 8회 초 등판해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 말 팀 동료 허경민이 2타점 3루타로 승부를 5-4로 뒤집으면서 곽빈도 첫 승을 올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곽빈이 잘 막아줘서 역전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곽빈은 “동기 (양)창섭이가 잘 던져서 더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곽빈,두산 마운드 지켜요~

곽빈,두산 마운드 지켜요~

이날 또 다른 신인 박주홍(19·한화)은 배짱 있는 투구로 팀을 위기에서 구하면서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좌완인 박주홍은 창원 NC전에서 6-2로 앞선 8회 말 1사 주자 2루에서 구원등판을 했다. NC 박민우에게 볼넷을 내줘 1사 주자 1, 2루가 됐다. 신인에겐 떨리는 상황이었다. 송진우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박주홍을 다독였다. 박주홍은 직후 5연속 직구로 던졌고 베테랑 최준석을 뜬공으로 잡았다. 이어 3번 타자 나성범마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섞어 삼진으로 처리했다.

2017년 신인이지만 어깨 부상으로 데뷔가 늦은 ‘강속구 투수’ 윤성빈(19·롯데)도 눈에 띈다. 롯데 선발 로테이션을 꿰찬 그는 지난 25일 인천 SK전에서 타선 불발로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5이닝 2실점의 준수한 투구에다, 특유의 윽박지르는 투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kt 강백호가 7회초 타격이 스트라이크 낫아웃 되고 있다. 인천=양광삼 기자

kt 강백호가 7회초 타격이 스트라이크 낫아웃 되고 있다. 인천=양광삼 기자

마운드 못지않게 타석도 신인들의 활약으로 뜨겁다. 고교(서울고) 시절 투타를 겸해 ‘한국의 오타니’로 불렸던 신인 강백호(19·kt)가 연일 큰 화제다. 프로에선 외야수로 뛰는데, 타율 0.368, 홈런 2개, 타점 5개(29일 기준)로 모두 팀 내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24일 광주 KIA전에서 터뜨린 개막 첫 타석 홈런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홈페이지에도 소개됐다. 신인이 개막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건 조경환(1998년·롯데)에 이어 두 번째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강백호는 미국의 또래 선수와 비교해도 최상급”이라고 격찬했다.

강백호와 친한 신인 한동희(19·롯데)는 ‘핫코너’로 불릴 만큼 수비가 어려운 3루수 주전 자리를 꿰찼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에 간혹 실책이 나오지만, 타석에선 거침없다. 타율 0.235(29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9세 안팎인 신인 선수들은 ‘베이징 키즈’로 불린다. 한국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 금메달을 땄던 장면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하는 장면을 보며 야구에 입문했다.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은 몇 년 전부터 1999년생들이 드래프트에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도 “올해 프로에 데뷔한 고졸 선수들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2018년 판 황금세대가 등장했다. 기존 선수와 비교해도 실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면서도 “경험이 없어 올 시즌 도중 고비가 있을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꾸준히 활약한다면 신인 선수들이 올해 프로야구의 최고 흥행카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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