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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로 결제 옛말 … 이젠 정맥·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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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달 설 연휴 지방 귀향길에 오른 조 모(41) 씨는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걸 깨닫고 크게 당황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무사히 연휴를 지낼 수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뿐 아니라 지방의 작은 커피숍 등 거의 모든 상점에서 스마트폰 페이로 결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 씨는 “굳이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카드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는 ‘카드 프리(free)’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스마트폰이 지원하는 페이 시스템(삼성페이, LG페이 등)이 가장 보편적이다. 카드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두면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해도 기기 간 통신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스마트폰 페이는 가맹점이 기존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과 소비자가 굳이 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는 간편함 덕분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목소리·지문 결제방식서 또 진화 #평창 올림픽선 ‘웨어러블’ 선봬 #법 바꿔 공인인증서 곧 사라지면 #더 다양한 생체 인증 활성화될 듯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플라스틱 카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카드사는 속속 진화한 카드를 내놓고 있다. BC카드는 지난해 6월 국내 금융회사로는 처음 목소리 인증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내 목소리로 결제”라는 문장을 녹음해두면, 같은 음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 목소리 정보는 숫자로 변환돼 암호화한다. 이용자 수는 출시 당시보다 30% 늘었다. 회사원 임근아(36) 씨는 “손에 물이 묻어있으면 비밀번호나 지문을 입력하기 어려웠는데 목소리만으로 결제돼서 편리하다”고 했다. 현대카드는 애플 ‘아이폰 X’의 안면 인식 서비스인 ‘페이스 아이디’를 통해 결제를 지원한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5월 손바닥 정맥 정보로 결제하는 ‘핸드 페이’를 도입하고 관계사 70여곳에 전용 단말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정맥, 홍채 인식 등 생체 인증을 통한 결제는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공인인증서의 우월적인 지위를 없애는 전자서명법이 개정되면 다양한 인증 수단이 나올 수 있어서다. 이효섭 금융결제원 연구역은 “법이 개정되면 공인인증서의 유력한 대체 수단 중 하나인 생체 인증 방식이 더욱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늘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카드도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선불카드인 ‘웨어러블(wearable)’ 카드를 내놨다. 스마트폰 등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나, 옷 등에 달 수 있는 배지 형태다. 올림픽 폐막까지 12만2000여장이 팔려 목표치(10만 장)를 넘겼다. 김병준 롯데카드 페이먼트사업팀장은 “선물하기 좋은 상품이나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에 결제 기능을 탑재해 웨어러블 상품군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진화한 카드가 실용화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단말기다. 생체 인증 등 새로운 방식의 결제가 이뤄지려면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내 8개 카드사가 구성한 모바일협의체는 조만간 NFC 표준 규격을 개발해, 2만5000개 단말기를 전국에 시범 보급하기로 했다. 포화 상태인 카드 시장에서 차세대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소비자의 소비 행태다. 새로운 결제 방식에 대한 불신과 스마트폰 분실 우려 등으로 플라스틱 카드를 고집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박사는 “다양한 결제 수단이 활성화하려면 기존 기기와 호환 가능한 단말기 보급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소비 습관 변화와 비용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인증 수단 도입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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