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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실속 챙긴 현대글로비스 … 모비스 주주 반발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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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글로비스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긍정적 검토(Positive Review)’ 대상에 등록했다.”(한국기업평가)

현대차 지배구조 재편 #모비스로부터 알짜 사업 넘겨받아 #부품 제조·운송·AS 일괄 체계 구축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도 해당 안돼 #29일 주가 4.9% 올라 연중 최고가

“현대글로비스의 목표 주가를 18만원에서 21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미래에셋대우 류제현 연구원)

“향후 합병 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연구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시장에 반영되는 첫날인 29일. 이날 증시에선 현대글로비스 주가 동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실제 주가도 종일 상승 랠리를 오가다 4.9% 오른 1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발표에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7월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모두 팔고, 이 돈으로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이 맡은 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정 회장의 장남 정 부회장이 지분을 모두 팔겠다고 했는데 이 회사의 주가는 왜 이렇게 강세일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 급등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우선 현대모비스로부터 넘겨받는 사업이 ‘알짜’라는 데 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품 사업은 전체 매출 35조원의 40%(14조원)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사업이 향후 고스란히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에 편입된다. 국내 유통업계 1위인 이마트가 지난해 올린 매출이 연 15조원이다. 현대글로비스에 이마트만 한 덩치의 사업 부문이 새로 생기는 것과 같다. 특히 부품 계열사는 사업이 안정적이고 현금 흐름이 좋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합병 후 부품 제조에서 조달, 운송, AS까지 완성차 종합 공급망을 구축하게 된다”며 “합병 글로비스는 매출 30조원, 세전이익 2조3000억원의 수익 규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약 16조원, 영업이익은 7200억원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 대신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한 지배회사 체제를 선택한 것도 향후 현대글로비스 사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내부거래)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초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전달한 업무보고에서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보고하고 현재 실태 파악 중이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30% 이상 가진 계열사에는 일감을 주지 못하게 하는 현행법을, 20%만 넘어도 못 주도록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총수 일가가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를 선택했다면 강화되는 법 기준에 맞추기 위해 최소 9.9%포인트를 매각해야 한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할합병 결정만으로 오너 일가의 합병 글로비스 지분은 15.8%로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이 지분마저도 향후 모두 매각할 계획이다.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 등 연관 산업의 규모가 매우 크다. 내부거래 규제가 강화돼도 현대차·기아차에 필요한 부품을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자유롭게 만들고 공급할 수 있는 구조가 이번 지배구조 재편으로 완성됐다.

지주사 체제를 피함으로써 대규모 인수합병(M&A)에서도 운신의 여지가 커졌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 체제 내의 자회사들끼리 공동 투자해 타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막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할 당시 현대차 21%, 기아차 5.2%, 현대모비스 8.7% 등 3개 계열사가 함께 나선 적이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면 향후 이런 기업 활동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번에 지주사 체제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대규모 M&A에 언제든 ‘현대계열 연합군’이 함께 나설 수 있다.

향후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도 주가가 강세를 띠는 요인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입장에서는 합병 글로비스의 가치는 높고, 존속 모비스의 가치가 낮을수록 지배구조 개선에 유리하게 된다”며 “주식 매입·매각이 진행될 7월까지 양사의 주가는 이런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글로비스에만 유리한 분할 조건이 지배구조 재편안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에 불리한 분할 조건 때문에 주주들의 반대로 주주총회 의결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글로비스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희·문희철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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