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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뭉쳐야 산다…자동차 업체들 '글로벌 합종연횡'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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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업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경쟁 모델보다 1㎜라도 크고 넓게, 1마력이라도 강력하게, 1%라도 높아진 효율을 내려고 연구 역량을 총동원한다. 경쟁사가 신차를 내놓으면 속히 구매해 기술 진보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꼼꼼히 뜯어보는 것도 업계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자동차 업체들끼리 힘을 합쳐 개발한 자동차들. 인피니티 Q30은 벤츠 GLA와 형제 모델.

자동차 업체들끼리 힘을 합쳐 개발한 자동차들. 인피니티 Q30은 벤츠 GLA와 형제 모델.

이처럼 무한 경쟁만 할 것 같은 자동차 업체들이지만 알고 보면 서로 끈끈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극복이 어려운 신기술은 공동 개발에 나서기도 하고, 미래 전망이 불확실한 기술은 개발 위험을 줄이고자 힘을 합친다. 여러 회사와 다양한 연합 관계를 만들어가다 보니 이웃사촌처럼 끈끈한 업체가 생기게 마련이다.

벤츠·아우디·포드·도요타 손잡고 #중국 바이두는 각국 부품사와 협업 #가전·통신 등 '초대형 연합'까지 #일본 15개사는 자율주행 공동 개발 #어려운 신기술 공동 개발 나서고 #불확실한 기술은 위험 부담 줄여 #전기차 등 미래 차 분야 특히 활발 #"변별력, 브랜드 개성 희석" 우려도

시간을 거스르면 1990년대 중반 ‘월드카 프로젝트’가 널리 알려진 합종연횡 프로젝트다. 미국 포드, 일본 마쯔다, 한국의 기아차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차는 기아 아벨라, 포드 페스티바, 마쯔다에서는 121이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최근 자동차 업체 간에 동맹은 전기차, 수소 연료 전지차 같은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활발하다. 막대한 연구 개발 비용이 드는 데다, 모든 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연구의 범위가 넓고 시간의 제약도 있다. 다수 제조사가 신기술 개발에 참여하면 개발을 끝낸 뒤 기술 표준으로 확립하는 과정에서도 유리하다.

BMW Z5

BMW Z5

지난 2016년 도요타·혼다·닛산·미쓰비시·덴소·파나소닉 등 15개 일본 기업이 모여 자율 주행차 공동 개발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맞춰 자율 주행 자동차를 내놓겠다는 일본 정부의 공약에 일본 업체들이 한데 뭉쳐 화답한 것이다. 도요타·혼다·닛산은 전기차 충전소 확대 사업도 함께한다.

미국과 유럽 업체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는 2015년 노키아 지도 사업 부문을 공동으로 인수했다. 자율 주행차에 필요한 고정밀 지도를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대륙 간 협업도 활발하다. 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포드·도요타는 ICT 업체인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 주행 택시를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의 차량용 인공지능 컴퓨터를 탑재시켜 오는 2020년부터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요타 수프라

도요타 수프라

BMW와 피아트 크라이슬러(FCA), 구글, 콘티넨털, 델파이는 또 다른 ICT 업체 인텔과 손을 맞잡았다. 이들도 자율 주행차를 2021년까지 출시하겠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뭉쳤다.

중국도 대규모 자율 주행차 연합군을 만들었다. 중국의 최대 ICT 업체 바이두가 추진 중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는 다임러·포드·현대차를 비롯해 다양한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 보쉬·델파이 같은 부품사들도 참여한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대표로 하는 ICT와 전기차 스타트업 등 70여 개 파트너도 이들과 협업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르노-닛산은 2013년부터 공동으로 차량을 개발했다. 수소차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에서 시작해 현재도 두 제조사가 함께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인피니티 Q30은 벤츠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활용하고, 엔진과 변속기까지 벤츠 부품을 차용한다. 형제 모델로는 벤츠의 GLA가 있다.

벤츠가 르노 닛산과 손을 잡았다면 BMW는 도요타와 연합 체제를 꾸렸다. 공동 기술을 통해 하이브리드, 수소차, 스포츠카를 함께 개발한다. 그 첫 번째로 도요타는 수프라, BMW는 Z5를 내놓을 예정이다. 차체는 BMW와 도요타가 공동으로 개발하며, 엔진과 변속기는 BMW가 책임진다.

효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르노-닛산은 미쓰비시를 인수하면서 미쓰비시의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전기차 가격을 현재보다 20%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닛산은 기존 대비 30%까지 부피를 줄인 연료전지를 공동으로 만들었다.

자동차 산업의 다각화가 이뤄지자 자동차 이외의 업체와도 연합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도요타다. 도요타는 올해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를 통해 자국 내 자동차 업체인 마쯔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 유통 서비스 업체 아마존, 프랜차이즈 업체 피자헛이 함께 모인 ‘e-팔레트 얼라이언스(e-Palette Alliance)’를 발표했다. 새롭게 형성된 연합은 자율 주행차를 넘어 4차 산업 시대에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율 주행차가 아닌 무인자동차 시대에 대비해 무인 차량 공유 서비스, 무인 배달 시스템과 같은 사업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에 IT 기술이 대거 적용되면서 통신업체와 협업도 활발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KT와 손을 잡고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국내에 소개했다. BMW는 SK텔레콤과 함께 5세대 무선통신 기반 커넥티드카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바이두와 통신형 내비게이션을, 카카오와 함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차 제조사와 전장 업체 간 협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GM과 르노는 LG화학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다임러와 BMW는 삼성 SDI와 손을 잡았다.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전기차 기술 개발을 함께 진행한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자 최근에는 ‘초대형 연합군’까지 등장했다. 각자 조금씩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자는 것이다. 구글의 주도하에 설립된 OAA(Open Automotive Alliance)가 대표적이다. OAA는 자동차, 부품, 전장, ICT 등 대부분 업체가 함께 한다. 포드·현대·쉐보레·폭스바겐과 같은 대중 브랜드부터 아우디·인피니티·볼보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마세라티·벤틀리와 같은 럭셔리는 물론 람보르기니·코닉세그 같은 슈퍼카 브랜드까지 OAA에 포함된다. 자동차 제조사만 54곳, 부품과 ICT 기업은 36개사가 참여한다. OAA를 통해 등장한 기술은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하게 된다.

일각에선 기술 공용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제조사별 변별력이 사라지고 브랜드 개성이 희석될 수 있어서다. 공동 투자를 통해 개발비는 줄였지만, 신기술 적용이라는 명목으로 차 값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토뷰=김선웅 기자, 전인호 기자 news@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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