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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보물섬 지도 들고 보물찾기하는 기분 ‘원주 미로예술시장’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을 찾은 20대 연인이 지도를 보며 상점을 찾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을 찾은 20대 연인이 지도를 보며 상점을 찾고 있다. 박진호 기자

“마카롱 잘하는 가게가 있다는데…. 지도엔 이쪽으로 가면 나온다고 표시돼 있어.”

침체됐던 전통시장에 문화예술 입힌 점포 열자 활기 #철학관, 찻집, 미술관, 디지트 가게 다양한 공간 공존

지난 25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원주중앙시장 2층 미로예술시장 입구. 20대 여성 세 명이 A4용지 크기의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며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맛집을 찾고 있었다.

이 여성들은 “지도가 없으면 한참 헤매겠다. 생각보다 꽤 복잡하네”라고 말한 뒤 마카롱을 파는 상점을 찾아 나섰다.

이들을 따라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새아침철학관, 믿음다방, 신원이발 등 어린 시절 시골 동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철학관.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철학관.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다방. 주로 찾는 고객은 어르신들이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다방. 주로 찾는 고객은 어르신들이다. 박진호 기자

중앙광장 쪽으로 가는 길엔 인형의집과 구멍가게, 비비드 플라워, 쁘띠캔들 등 다양한 상점이 있었다.

또 골목 곳곳엔 햄버거와 치킨, 소시지 등 간편하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가게를 비롯해 칼국수와 보리밥집 등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도 있었다.

최하윤(23·여·대구시)씨는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맛집에 꼭 가보고 싶어 아침 일찍 왔다”며 “시장 곳곳을 다녀보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 많아 다음엔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어르신 무인 커피방 '노인문화싸롱.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어르신 무인 커피방 '노인문화싸롱. 박진호 기자

미로예술시장 지도

미로예술시장 지도

시장엔 관광객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많다. 나무로 상품을 제작하는 리얼나무 스토리와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미로공방, 커피 로스팅 체험방 등이 대표적이다.

리얼나무 스토리를 운영하는 김민정(42·여)씨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고 알려지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2년 전 예술시장에 입주한 뒤 벌써 100명이 넘는 이들이 나무 제품 제작 방법을 배워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만 65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노인문화싸롱’을 비롯해 한복점과 양복점, 금은공예점도 있다.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상점. 아이들이 케익 모형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상점. 아이들이 케익 모형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공방을 찾은 이들이 나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공방을 찾은 이들이 나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미로예술시장은 1990년대 화재와 금융위기 등으로 재건축이 무산되고, 대형마트가 등장하면서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2013년 ‘예술로 연주하는 중앙시장’ 사업을 진행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2015년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시장에 입주하는 청년들도 늘어 현재 2층에 들어선 상점만 80곳이 넘다. 또 입주를 앞둔 상점도 많아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1989년부터 금과 은을 세공하는 업체를 운영해 온 김정철(51)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어둡고 무서운 곳이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상점을 열면서 밝고 활기찬 공간으로 바꿨다”며 “덩달아 기존에 있던 상점들 매출도 올랐다”고 말했다.

미로예술시장 중앙광장에 있는 '보이는 라디오'. 박진호 기자

미로예술시장 중앙광장에 있는 '보이는 라디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상점.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상점. 박진호 기자

미로예술시장에선 매달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가면가요제를 비롯해 할로윈파티, 미로시장 사탕발림, 미로의 마법사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진행된다. 또 매달 둘째 주 주말엔 플리마켓도 열린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되는 ‘미로시장 보이는 라이오’는 6팀의 DJ이가 전하는 소식과 신청곡을 들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골목미술관과 갤러리, 책방 등이 있어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

김민철(39·강원도 원주)씨는“지도를 들고 미로처럼 생긴 좁은 골목을 다니며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고 마음에 드는 점포를 찾는 것이 마치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입구 모습.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입구 모습.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도자기 공방. 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미로예술시장 2층에 있는 도자기 공방. 박진호 기자

이 시장은 1950년대 원주 중앙동 일대에서 열린 5일장이 시초가 됐다. 이후 1970년대 철근콘크리트로 건물이 건립되면서 중부 영서권을 아우르는 시장이 됐다.

영동고속도로 개통 이후엔 식당과 다양한 점포들이 입점하면서 자연스럽게 먹거리 골목 등도 생겼다.

백귀현 원주중앙시장번영회장은 “최근 들어 지역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미로예술시장을 벤치마킹하려는 이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원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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