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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관련 공무원도 수사 의뢰 … 정권 바뀌면 또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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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위원회’ 고석규 위원장(왼쪽)과 위원들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위원회’ 고석규 위원장(왼쪽)과 위원들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지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의 위법 행위를 문제 삼아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25명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의뢰 대상엔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장도 포함될 예정이다.

실무 맡았던 교육부 직원 대거 포함 #“시킨 일 한 것뿐 … 지나친 징계” 지적 #전남교육감 출마한 고석규 위원장 #발표 직후 홍보 보도자료 돌려 빈축 #진상조사위 “반헌법적 국정농단” #박근혜·김기춘 등 25명 대상에 올려

28일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고석규 전 목포대 총장)는 지난 7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 전 대통령 등 관련자 25명에 대해 수사의뢰를 교육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위원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농단”이라는 강한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 국정화를 결정하고, 이병기 비서실장 등이 위법·부당한 수단과 편법을 동원해 교과서 편찬과 내용 수정에까지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국정화 과정의 위법·부당 행위로 위원회는 ▶청와대 지시로 교육부가 국정화 태스크포스(TF)를 불법적으로 구성·운영했고 ▶청와대와 교육부가 여론 조성 목적으로 국가기관과 관변 단체, 친정권 교수·교사를 동원한 점 등을 들었다.

위원회에 따르면 국정화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이 제기된 2013년부터 추진됐다. 2015년 10월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로 국정화 비밀 TF가 구성돼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국정화 우호 발언 메시지 전달, 민간단체의 성명서 발표 등을 지원했다. 교육부는 국정화 예산 44억원을 예비비로 신청했는데, 하루 만에 승인됐고 이 중 24억8000만원이 홍보비로 사용됐다.

청와대가 직접 편찬 기준마련에 개입한 의혹도 이날 제기됐다. 청와대가 편찬기준과 관련해 21건의 수정을 요구했는데 18건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가령 “새마을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서술한다”는 기준에서 ‘한계’가 ‘의의’로 고쳐졌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지난해 9월 교육부가 “교육 분야 적폐를 청산한다”며 출범시켰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교수·교사·법조인·시민단체 관계자 등 15명으로 위원을 위촉했다. 이 때문에 출범 직후부터 “단죄를 위한 조사가 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를 의식한 듯 위원회도 이날 발표문에 "일각에서 제기한 ‘정치보복’이나 특정한 정치목적을 위한 것 아니”라는 표현을 담기도 했다.

수사의뢰 대상엔 박성민 전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 오석환 전 국정화 TF단장 등 교육부 공무원들도 대거 포함됐다. 위원회는 "이들이 ‘청와대 지시’ ‘장·차관 지시’라는 이유로 위법 행위를 기획·실천했다”고 주장했다. 국가공무원법 중 성실의무(56조), 공정의무(59조), 품위유지의무(63조)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 공무원들이 대거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는 수직적 체계라 위에서 지시한 사안에 대해 실무자가 반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무원이 실무 범위 내에서 위법을 저질렀다면 모르지만 특정 정책에 관여한 것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도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에 촛불시위 내용을 넣었는데, 이를 집행한 공무원들 역시 다음 정부에서 징계를 당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고석규 위원장은 발표 직후 자신의 전남교육감 출마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려 빈축을 샀다. 고 위원장은 이 자료에서 위원회 조사 결과를 요약하고 "올바른 진보의 가치관과 교육관을 기본으로 보수 진영도 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할 위원회 활동을 교육감 출마에 활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남윤서·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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