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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드러난 세월호 7시간…유족들 “역시나 아무것도 안 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4년 5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사 한 달 후 청와대를 방문한 세월호 참사 유족 및 실종자 가족 대표 17명과 얘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5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사 한 달 후 청와대를 방문한 세월호 참사 유족 및 실종자 가족 대표 17명과 얘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저 침실에 있었다는 28일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자 ‘역시나’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분통을 터트렸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페이스북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말 저는 끝까지 믿을 것”이라면서도 “기다린다는 것이 왜 이리 힘들까요. 진실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이 든다”고 적었다.

장훈 4‧16 유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故 장준형군 아버지)은 뉴시스에 “이번 수사결과 내용은 유가족 대부분이 예상하던 범위였기에 ‘역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라와 국민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인데 그 역할에 대해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의문이다. 실망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 단원고 희생자의 유족은 연합뉴스에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보고받을 당시 관저에 머물고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유가족들이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것이며, 당국은 이번 조사를 시발점으로 더 큰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서영 4‧16 국민연대 사무처장 역시 “예상했던 대로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구조 골든타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을 은폐하기 위해 보고 시간을 조작했다는 수사 결과는 정부가 구조를 방기했다는 문제를 확정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박종운 변호사는 “이제 좀 그림이,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왜 그렇게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 자체를 반대했는지 이해가 간다”고 밝혔다.

이날 세월호 참사 보고서 조작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의 중간 수사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관련 첫 발생 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시각은 당일 오전 10시 19분~20분쯤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첫 보고 시점이라고 주장했던 10시보다 20분가량 늦은 시점이다.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0시에 사건 상황보고서 1보 초안을 전달받고는 곧바로 보고하려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의 침실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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