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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또 '패싱 쇼크'…"북중회담 언론보도로 알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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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회담을 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중국 설명 듣고 브리핑 한 시간 #스가 "중국의 제대로 된 설명 듣고싶다" #"제재 압박의 효과" 일본 역할 애써 강조 #야당 "일본만 고립...외교로 만회 큰 착각"

28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오전 정례기자회견에서 ‘언론 보도’를 인용해 북·중정상회담 사실을 확인했다. “북·중정상회담과 관련, 일본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사실관계를 알려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시각은 미국 백악관이 이미 한 시간 전 중국 정부로부터 설명을 들은 것을 전제로 북·중정상회담에 관한 브리핑을 한 상태였다. 반면 일본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관련한 설명을 듣지 못한 듯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장관은 “일본 정부로서는 중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수집, 분석에 노력하고 있다. 중국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북·중정상회담과 관련해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북한이 대화를 요청해온 것은 국제사회가 일치해 북한에 최대한 압력을 가해온 성과”라며 일본이 주도해 온 압박, 제재의 효과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이 같은 (북한의) 변화는 중국, 러시아를 포함해 확고한 결의로 북한에 대해 압력을 최대한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방침을 일본이 리더십을 갖고 취해 온 결과”라며 일본의 역할을 애써 강조했다.

참의원에 출석한 아베 총리.[연합뉴스]

참의원에 출석한 아베 총리.[연합뉴스]

일본은 북·중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진데다, 사후 브리핑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뚜렷해졌다. 김정은의 전격 방중에 “예상외의 사태”라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압박강화를 주도해온 일본을 비핵화 교섭에서 배제해, 북한 페이스로 교섭을 진행하려는 의도가 있다”(외무성 간부)는 반응도 나왔다. 아베 총리는 전날 저녁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차관을 관저로 불러 “정보수집을 강화하라”고 지시하는 등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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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북·중관계가 개선되면, 기존의 대북 압박 노선에 균열이 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 하고 있다. 다음달 일본을 방문하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안이하게 제재를 완화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전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중·일관계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일본의 입김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아베 신조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유일한 희망은 다음달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이다. 일본 언론들은 다음달 17~18일쯤으로 회담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소로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마라라고’가 거론되고 있다. 당초 4월 초 일정을 원했으나, 중순으로 조정됐다.

야당인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辻元清美) 의원은 “커다란 긴장 완화를 향해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아베 총리만 고립되어있고, 일본 정부만 내버려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교로 점수를 쌓아서 모리토모 문제의 의혹을 포함해 만회하려고 한다면 큰 착각이다. 오히려 양쪽 모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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