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기자 고소 취하…"사건 당일 호텔서 카드 사용”

‘성추행 의혹’ 정봉주 고소 취하…호텔서 카드 사용 기록 발견

정봉주 전 의원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했다. 그동안 의혹을 부인해 온 정 전 의원 측이 사건 당일과 장소로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카드를 사용한 내역을 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28일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프레시안 기자를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변선구 기자

정 전 의원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27일 직접 카드사용 내역을 확보하여 검토해 본 결과, 2011년 12월 23일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 측에 자료를 제공한 뒤 프레시안 기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 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어제 오후, 저 스스로 2011년 12월 23일 오후 6시 43분경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한 내역을 찾아냈다”며 “제 스스로의 눈으로 결제내역을 직접 확인한 이상 기억이 잘못되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리한 증거가 많이 있다는 생각에 덮고 가고 싶은 유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결제내역이라는 명백한 기록이 저의 당일 렉싱턴 호텔 방문을 증거하고 있는 이상 이를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책임을 지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 측 법률대리를 맡은 김용민 변호사는 “카드 사용 내용은 우리만 입수했고 불리한 증거지만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더 잘못된 판단을 하고 틀린 길로 가기 전에 빨리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소 취하 전날까지 진실 공방…끝내 거짓 해명 시인

정봉주 전 의원과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A씨는 전날까지도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여왔다.

앞서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정 전 의원이 BBK 폭로로 수감을 앞둔 2011년 12월쯤 렉싱턴 호텔을 방문해 현직 기자 A씨(당시 대학생)를 성추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그동안 정 전 의원은 해당 보도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호텔에 간 사실이 없다”며 부인해왔다. 지난 13일에는 프레시안 기자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뒤, 경찰 조사에서 2011년 12월 23일 자신의 행적을 증명할 780장의 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이 사건 장소인 렉싱턴 호텔에 간 일이 없고 발생 시점인 오후 5시까지는 다른 곳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며 경찰에 제출한 2011년 12월 23일 당시 사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캡처]

이에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A씨와 변호인단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는 것은 진실”이라며 재반박했다. 정 전 의원도 별도의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성추행 의혹이) 저를 정치적으로 저격하는 것 같다. 정치적 의도가 가득하고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라며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그러나 사건은 A씨가 직접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 증거를 제시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A씨는 위치기반 모바일 서비스 ‘포스퀘어’에 자신이 여의도의 한 호텔 1층 카페·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 자료를 증거로 제시했다. 사건 시각을 오후 5시 이전으로 특정하고 그 시간대 행적만 공개했던 정 전 의원의 결백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정봉주 전 의원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 A씨가 27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2011년 12월 23일 자신이 렉싱턴호텔에 있었음을 기록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포스퀘어' 게시물 [A씨 변호인단 제공]

결국 정 전 의원은 자신의 거짓 해명을 시인해야 했다. 정 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여전히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며 “하지만 직접 나서서 결제 내역을 확보했고 이를 제 눈으로 확인한 이상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기억이 없는 것도 저 자신의 불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는 계속 진행"…조만간 피해자 조사 예정

정봉주 전 의원의 고소장 취하와 별개로 당분간 경찰 수사나 법적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 측이 제기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그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A씨의 기자회견에서 법률 대리인인 하희봉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정 전 의원 측이 고소를 취하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명예훼손 혐의와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예정된 조사 일정은 진행한 뒤 사건 종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A씨 역시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프레시안 측도 정 전 의원을 지난 16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조만간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은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A씨와 상의해 정봉주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조만간 서울시장 출마 등 자신의 입장과 거취에 대해 추가로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규진·정진호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