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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회장 "금호타이어 노조 간부 2명에 5000명 생존권 걸려...전 직원 투표해 달라"

중앙일보

입력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 2명의 결정에 직원 5000명과 가족의 생존권, 지역경제가 달려 있다. 전 직원 투표를 해 달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에 대한 당부다. 그는 28일 오전 예정에 없이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기자실에 내려왔다. 이 회장은 “답답한 마음에, 호소하려고 왔다”며 말을 시작했다.

[질문 듣는 이동걸 회장 질문 듣는 이동걸 회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18.3.26   mon@yna.co.kr/2018-03-26 14:49:29/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질문 듣는 이동걸 회장 질문 듣는 이동걸 회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18.3.26 mon@yna.co.kr/2018-03-26 14:49:29/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제3자 인수설 실현 가능성 없어" 
이 회장은 먼저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 이외의 제3자 인수설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인수 능력이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되고 저희(채권단)와 직접 접촉한 적도 없는 제3자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해외 매각을 철회하거나 연장하자는 것은 이 시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국내 제3자 인수는 저희가 더는 고려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국내 타이어 유통기업인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을 공식 선언하고, 금호타이어 노조 측도 추가 인수 희망 기업이 있다며 중국계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정면 반박했다.

이 회장은 타이어뱅크를 두고 “자금 조달 방안과 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을 가져오면 검토 안 할 이유는 없지만, 자금 조달 능력이 의심스럽고 (금호타이어 회생의 핵심인) 중국 공장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블스타와 동일한 조건으로 사겠다는 건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6463억원에 사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며 “중국 공장 정상화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이 중국 공장을 정상화시키는 데만 6000억~700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조가 이틀 뒤인 오는 30일까지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반대해 자율 협약(채권단 공동 관리) 절차가 종료될 경우엔 법정관리가 불가피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회장은 “다음주 월요일(4월 2일)이면 돌아오는 몇 백억원의 어음이 부도 처리될 것이고, 그러면 더블스타 매각 완료를 기다리고 있는 감사의견도 끝내 거절이 나올 것이며, 거래소는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저희 손을 떠나 모든 것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안 돼" 
노조는 정치권에 기대 법정관리는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 회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산업은행은 은행과 정부 기관의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기관이고, 한국GM도 금호타이어도 은행의 입장이 아니라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지금까지 관여한 것”이라며 “돈 붓고 살리지도 못하면 세금 낭비인데 더블스타에 매각 실패하면 우리(채권단) 돈으로 살릴 방법이 없고, 그래서 법정관리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제시한 시한은 오는 30일이다.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업장이 떨어져 있더라도 핸드폰 투표 같은 걸 하면 두어 시간이면 직원들 의사를 물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노조가 직원들 전체 의사를 묻는 것은 의지의 문제이지 방법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노조 집행부가 직원들의 의사를 묻는 투표를 진행해야 노조 동의라는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이라며 “집행부가 금요일 저녁이라도 모바일 투표 같은 걸로 직원들 의사를 전달해 주면 파국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노조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노조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해외매각 반대"로 집권한 현 집행부, 30일 총파업 
노조는 그러나, 입장이 강경하다. 산은이 마감 시한으로 제시한 30일, 광주공장에서 ‘해외 매각 철회, 법정관리 반대, 국내기업 인수’를 위한 전 조합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 측은 “‘먹튀’불안과 미래불안이 자명한 해외 매각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와 채권단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매각 진행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금호타이어 회생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지난 기간 부실관리, 무능관리로 인한 현 상황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채권단은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 정상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현 노조 집행부의 강경 대응이 예견된 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51.7%의 득표율로 당선된 현 노조 집행부는 민주노동자회(이하 민노회) 계열이다. 민노회는 당시 노조 선거의 핵심 이슈였던 해외매각과 관련해 ‘해외매각은 매국적 적폐행위’라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내세워 당선됐다. 반면, 전 집행부였던 금호타이어지회(1노조) 현장투쟁노동자회는 ‘안전 장치안이 마련될 경우 해외매각에 적극 협조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했다.

현 노조 집행부가 선명성 경쟁에서 승리해 집권했는데 이제 와서 발을 빼기가 곤란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앞서 산은이 더블스타로의 매각 방침을 발표했을 때 광주 광산구 송전탑에 올라 해외매각 반대를 요구하며 12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이들도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지회장 등 간부 2명이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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