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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조사’ 재시도 나선 검찰…MB 입장 변화 이끌어낼 전략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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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연합뉴스]

검찰이 28일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옥중 조사’를 다시 시도한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일체를 거부하겠다고 밝혀 검찰이 그를 어떻게 조사 테이블로 끌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범 엮인 가족 수사 관건 #한편으론 '가족 면회' 카드 #MB 입장 바꿀지는 미지수 #檢, "혐의 입증 문제 없다"

이날 오전 10시쯤  신봉수(48ㆍ사법연수원 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48ㆍ29기) 특수2부장은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아 이 전 대통령에게 조사에 응해달라고 직접 요청할 계획이다.

검찰은 전날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중요사건인 만큼 조사를 받으며 사건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피의자로서 입장을 소명하고 방어권을 행사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26일 첫 번째 ‘옥중조사’ 당시에도 이 전 대통령에 비슷한 취지의 말을 전했지만 조사는 끝내 무산됐다.

김윤옥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 국정원 특활비 수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아직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사진 공동취재단]

김윤옥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 국정원 특활비 수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아직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사진 공동취재단]

하지만 이 전 대통령으로선 가족들 상당수가 ‘공범’으로 얽혀있어 모든 조사를 거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장 부인 김윤옥 여사가 이번 주 안에 검찰에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여사는 2007~2011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의 현금과 의류 등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1년 국정원 대북공작금 10만 달러를 건네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아들 시형씨는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다스 계열사가 자신이 소유한 업체에 수십억원을 무담보로 대출하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는 불법자금 뇌물 수수의 ‘공범’으로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이들을 조사 또는 기소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 조사에 대해 “현 단계에서 검토한 바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시형씨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로 향하던 23일 새벽 서울 논현동 자택 앞에서 아들 시형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로 향하던 23일 새벽 서울 논현동 자택 앞에서 아들 시형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가족들 간 면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주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스스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여겨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김윤옥 여사와 차녀 승연씨 등이 이 전 대통령을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공범'으로 엮인 시형씨도 면회가 금지되어 있지 않다. 다만 검찰은 뇌물ㆍ횡령 혐의 등에 대해 입 맞추기가 염려되는 친형 이상은ㆍ이상득 씨에 대해서는 면회 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말 검찰은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를 대상으로 ‘비변호인과의 접견ㆍ교통(交通) 금지’를 법원에 청구했다. 이 때문에 최씨는 법원이 이를 풀어줄 때까지 약 4개월 동안 면회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본인이 스스로 면회를 거부해 현재까지 변호인들을 제외한 면회 횟수가 ‘0회’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불응 입장을 바꿀지는 알 수 없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더라도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특수 사건은 피의자의 진술에만 기대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본인이 조사에 응하는지는 기소 시점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은 다음 달 10일까지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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