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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⑭ 배구천재 배유나의 돌아온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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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 1차전 한국도로공사-IBK기업은행의 경기에서 득점한 도로공사 배유나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챔피언결정 1차전 한국도로공사-IBK기업은행의 경기에서 득점한 도로공사 배유나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구 천재' 배유나(29·도로공사)의 봄이 돌아왔다. 4년 만에 나선 봄 배구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세 번째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김천 도로공사 하이패스는 27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5전3승제)에서 세트스코어 3-1(26-24, 25-16, 21-25, 25-12)로 이겼다. 정규시즌 1위 도로공사는 챔프전에서 3연승을 거두고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준우승만 3번(2005, 05~06, 14~15) 차지한 도로공사의 첫 우승이었다. 최우수선수(MVP)는 기자단 투표 결과 29표 중 26표를 받은 공격수 박정아가 차지했다. 박정아는 챔프전 3경기 동안 70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숨은 공신도 있었다. 바로 미들블로커 배유나였다.

배유나는 1차전에서 3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특히 오픈공격을 8개 시도해 6개나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15득점을 기록했다. 2차전에선 공격 비중이 낮았지만 IBK기업은행 주포 메디의 공격을 잇따라 막아냈다. 마지막 3세트는 특히 배유나의 거미손 본능이 빛났다. 23-22에서 고예림의 공격을 막더니, 세트 포인트에선 메디를 블로킹했다. 우승을 결정짓는 3차전 마지막 포인트도 배유나가 메디의 공격을 가로막으면서 나왔다.

배유나에게 이번 챔프전은 자존심 회복의 무대였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지만 팀이 최하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배유나는 "이적한 뒤 꼴찌를 했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올시즌 (박)정아가 온 뒤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했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우승을 못 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했다. 4년 만에 치르는 포스트시즌은 프로 11년차 배유나에게도 쉽지 않았다. 배유나는 "우리 팀엔 베테랑 선수가 많은데 나는 4년 만이라 초반엔 긴장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에 함께 출전한 배유나와 김연경.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에 함께 출전한 배유나와 김연경.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고교 시절 배유나의 당시 별명은 '천재'였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언니들과 함께 나갈 정도로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초·중·고 2년 선배인 김연경의 뒤를 이을 재능을 지녔다는 평가도 받았다. 2007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하위권 팀들이 배유나를 뽑기 위해 이른바 '탱킹(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얻기 위해 일부러 나쁜 성적을 내는 것)'을 할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배유나는 직전 시즌 최하위로 50% 확률을 가졌던 KT&G(현 KGC인삼공사)가 아닌 4위로 35%의 확률을 지녔던 GS칼텍스에 지명됐다.

역설적이게도 다재다능함을 가진 배유나는 프로에서 쉽게 성장하지 못했다. 레프트·라이트·센터를 오가느라 최고의 선수는 되지 못했다. 데뷔 첫 해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미들블로커로 고정된 2012-13시즌까지는 대표팀에도 쉽사리 승선하지 못했다. 그래도 배유나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뛰어난 배구 센스를 앞세워 팀의 주역이 됐고, GS칼텍스에게 두 번의 우승을 안겨줬다. 그리고 도로공사 이적 후 2시즌 만에 세 번째 우승까지 차지했다.

2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경기. 세트 스코어 3-1로 기업은행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도로공사 배유나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경기. 세트 스코어 3-1로 기업은행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도로공사 배유나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우승이 배유나에게 더욱 감격적인 건 무릎 부상을 안고 끝까지 버텨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표팀에서 훈련을 하던 배유나는 무릎을 다쳤다. 오른쪽 무릎 슬개골 탈골에 따른 연골 손상. 뼛조각이 떨어져나가 통증이 있었지만 배유나는 재활을 택했다. 수술 후 복귀하려면 몸 상태가 나빠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 조기 복귀한 뒤에도 배유나는 또다시 무릎을 부여잡았다. 이번엔 왼쪽이었다. 밸런스가 무너지다 보니 왼쪽 연골 인대를 다쳤다. 시즌 개막을 두 달 앞둔 상태였다. 그렇지만 배유나는 꾹 참았다. 때로는 진통제를 맞아가면서도 "괜찮다"는 말과 함께 한 시즌을 버텼다. 그리고 우승 트로피는 마침내 배유나의 품에 안겼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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