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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터지면 중·러행에 몸 실었다…김일성·김정일도 '특별열차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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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왼쪽)이 1989년 11월 중국을 방문하는 김일성 당시 주석(오른쪽)의 특별열차에 올라 환송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이후 김 주석은 외교, 김 위원장은 내정을 주로 담당했다. [중앙포토]

김정일 국방위원장(왼쪽)이 1989년 11월 중국을 방문하는 김일성 당시 주석(오른쪽)의 특별열차에 올라 환송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이후 김 주석은 외교, 김 위원장은 내정을 주로 담당했다. [중앙포토]

김일성과 김정일은 ‘열차외교’를 즐겼다. 김일성은 해방 이후 1994년 사망할 때까지 특별열차로 중·러를 방문해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했다. 때로는 중·러 갈등을 이용해 국익을 챙기기도 했다. 김일성은 50년 이후 중국 25차례, 러시아 네 차례를 방문했다. 그의 방문 목적은 양국 관계, 국제 정세 변화, 경제 지원 등이었다. 김일성은 중국으로부터 세 차례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닉슨 방중(72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78년), 한·중 수교(92년) 등이다. 중국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판단했을 때는 방중해 따져서 경제 지원을 더 받기도 했다.

김일성 25차례, 김정일 7차례 방중 #김일성, 닉슨방중-한·중수교 때 #중국에 열차 타고 달려가 따져 #김정일, 대북제재·후계문제 관련 #2010~2011년 중국 찾아 도움 요청

이 전통은 김정일 때도 그대로 계승됐다. 그는 94년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을 7차례, 러시아를 세 차례 방문했다. 남북 정상회담 등 국가의 중대사가 생기면 중·러를 찾았다. 특별열차는 완전 방탄에 집무실과 식당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TV를 수신할 수 있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 시대의 연장선에서 한·중·일에서 맞서는 북·중·러 삼각동맹을 유지하려고 했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미국과 94년 제네바합의, 2000년 북·미 공동 코뮤니케를 체결했지만 한·미의 정권 교체로 허사가 돼 버렸다. 그리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났다. 결국 믿을 구석은 중국과 러시아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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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중·러에 갈 때마다 특별열차를 이용했다. 김정일이 기차를 선호한 것은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기차는 길기 때문에 어느 칸에 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모르면 외부에서 정밀 타격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북한은 비행기보다 기차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정일은 ‘중국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중국에 의존했다. 한국이 2010년 5월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해 남북한이 막히면서 탈출구로 중국을 선택했다. 그리고 김정일은 2010년 두 차례, 2011년 한 차례 집중적으로 중국을 찾았다. 중국과의 무역량이 전제의 90%를 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래서 동북 4성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후계자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미래를 중국과 상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6일 김정일이 탔던 특별열차로 추정되는 기차를 타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 특별열차는 북한 금수산태양궁전에 있는 김정일의 특별열차 객차와 외양이 유사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김정일이 탔던 특별열차는 기차 외벽에 금색 띠가 한 줄인데 일본 니혼TV가 공개한 것은 금색 띠가 두 줄이다. 정보 당국은 김정일이 탔던 특별열차가 여러 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의 이번 방중으로 불편했던 북·중 관계가 변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 중국은 갑작스러운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북정책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대북제재를 풀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유지하면 북·중 관계는 악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향후 이어질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중국의 제재 완화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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