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평택~오송 46㎞ ‘열차 병목’ 고속철로 더 깔아야 뚫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서울(서울역·용산역)과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인 KTX와 SRT의 평일 좌석 점유율은 60~70%입니다. 얼핏 여유 있어 보이지만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데요. 부산, 광주, 목포 등 장거리 구간이 아닌 서울~대전 구간만 따지면 평일 낮과 출퇴근 시간대에는 빈 좌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만큼 표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요.

KTX·SRT 이용객 하루 20만명인데 #고속철 겹치는 구간은 선로 포화 #표 구하기 전쟁이지만 증편 불가능 #평택~오송 2복선 건설 서둘러야

주말은 상황이 더 빡빡해서 장거리 구간도 꽤 나 붐빕니다. 수서~부산, 수서~광주 구간의 SRT는 좌석 점유율이 아예 100%에 달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고속열차 이용객은 하루 평균 20만 8000명이었는데요. 이는 당초 3년 뒤인 2020년에나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 수치입니다. 그만큼 고속열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KTX와 SRT 열차 운행을 더 늘려 달라는 민원도 제법 많습니다.

이쯤 되면 코레일이나 SR에서는 열차를 더 투입할 만한데요. 그런데 열차는 더 못 늘리고 애만 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평일 낮과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주말에도 고속열차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평택~오송 구간의 병목 때문에 열차를 더 늘리지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평일 낮과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주말에도 고속열차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평택~오송 구간의 병목 때문에 열차를 더 늘리지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바로 고속철도의 병목 현상(bottleneck) 때문입니다. 병목 현상은 흔히 도로에서 많이 언급되는데요. 7~8개 차로의 넓은 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3~4차로의 좁은 길로 들어서게 되면 엄청나게 체증을 겪게 되는데 이게 병목 현상입니다.

철도에도 이런 병목 현상이 있습니다. 고속철도 노선도를 잘 살펴보면 서울역,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노선과 수서에서 출발하는 노선이 평택에서 만나서 오송역까지 이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오송역에서는 다시 호남선과 경부선으로 철로가 갈라집니다.

문제는 평택~오송의 45.7㎞ 구간입니다. 이 구간은 2004년 KTX 개통 당시 모습 그대로인데요. 수서발 SRT가 더 보태졌지만, 확장공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겁니다. 선로 용량이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일정한 구간에서 1일 투입 가능한 최대 열차 운행 횟수를 의미합니다.

선로 용량은 서울→평택이 190회, 수서→ 평택이 184회로 둘을 합하면 374회나 되는데요. 하지만 이 두 노선이 합쳐져 달리는 평택~오송은 선로 용량이 190회로 절반 수준밖에 안 됩니다. 오송을 지나면 상황은 또 달라집니다. 오송에서 호남 방향의 선로 용량은 175회, 경부 방향은 197회로 꽤 여유가 있습니다. 결국 위와 아래는 다 여유가 있는데 중간 부분인 평택~오송 구간에서 병목이 발생하는 탓에 열차를 더 늘리지 못하는 겁니다.

차로가 갑자기 좁아진 도로에서 많은 차량이 옴짝 달싹 못 하는 병목현상을 빚고 있다. [중앙포토]

차로가 갑자기 좁아진 도로에서 많은 차량이 옴짝 달싹 못 하는 병목현상을 빚고 있다. [중앙포토]

현재 평택~오송 구간은 선로 용량의 93%인 176회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비정상적인 상황인데요. 선로는 유지보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선로 용량의 최대 80%까지만 열차를 운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과거 선로가 하나인 단선(單線)이 많던 시절에는 유지 보수를 위해 선로 용량의 50%만 열차를 운행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선로가 둘 이상인 복선(複線)인 데다 신호 시스템이 발달한 덕에 선로 용량 활용률이 그나마 80%까지 올랐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문제는 2010년 수서~평택 간에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할 때부터 예견됐던 겁니다. 정부가 병목 현상을 고려해 미리 평택~오송 구간의 선로 용량을 늘리는 작업을 준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겁니다. 뒤늦게 지난해 ‘고속철도 평택~오송 2복선’ 건설사업을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적격성 심사를 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정부 예산으로 건설하는 재정사업으로 추진키로 하고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평택~오송 사이 45.7㎞ 구간의 지하에 또 하나의 고속철로를 만드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3조 904억원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SOC 사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예비타당성 조사이고 경제성 분석입니다. 하지만 경제성 분석이 모든 걸 좌우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많습니다.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많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경제성이 다소 안 나오더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호남고속철도가 좋은 예인데요. 2000년대 초반 실시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0.3 정도로 극히 적게 나왔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사업을 폐기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사업”이라며 건설을 결정했습니다.

현재 우선 급한 곳이 ‘평택~오송’이지만 사실 수도권에는 병목 구간이 몇 곳 더 있습니다. 서울~금천구청, 서울~수색, 청량리~망우 구간 등입니다. 이곳들은 고속열차뿐 아니라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에 수도권 전철, 화물 열차까지 몰리면서 상당히 혼잡합니다.

새로운 철도를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구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것 역시 무척 필요합니다. 평택~오송 2복선 사업이 조속히 결정되고 추진돼 보다 편하고 여유 있게 KTX와 SRT를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바퀴와 날개

바퀴와 날개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