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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0억이 5조원 회사 먹겠다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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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타이어, 신발보다 싼 곳’으로 유명한 타이어뱅크는 과연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돈이 있을까.

타이어뱅크, 금호타이어 인수 불투명 #담보 많고 자금사정 빚 갚기 벅차 #금호 2조원 차입금 만기 곧 닥쳐 #컨소시엄 해도 오너 리더십 변수 #금호 “법정관리 후 헐값 매입 속셈”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간담회를 열고 “전국 판매망을 갖춘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자신했다.

김 회장은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타이어뱅크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면 6500억원(중국 더블스타가 제시한 가격)이 들어가는 금호타이어 인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타이어뱅크가 지난해 4월 공시한 2016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총 자산은 3640억원이다. 모두 동원해도 금호타이어 인수에 2860여억원이 모자란다. 특히 총 자산의 60%가 부채로 이뤄져 있고, 동원할 수 있는 현금 유동성은 넉넉지 않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1925억원이지만, 이 기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1090억원에 불과하다. 자신의 빚도 갚기 빠듯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금호타이어의 자산은 약 5조1000억원(연결기준)이다.

현금이 모자라더라도 토지나 건물 등 유형자산이 많다면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의 전체 유형자산은 1905억원인데 이 중 850억원이 이미 은행과 타이어 제조사 등에 담보로 잡혀 있다. 넥센·미쉐린타이어 등은 타이어를 공급하고 받아야 할 외상 대금(매출채권)을 떼이지 않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해뒀다. 타이어뱅크가 인수하겠다고 밝힌 금호타이어도 20억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해둔 타이어뱅크의 채권자다.

물론 타이어뱅크는 지난 2015년 영업이익률 15.1%, 2016년 17.8%를 기록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는 양호하다. 그러나 인수·합병(M&A)처럼 한꺼번에 거액을 조달하는 것은 현재 재무상태로 쉽지 않다는게 시장의 평가다.

금호타이어에 이달 30일 2조원가량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는 점도 타이어뱅크의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 인수를 위해서는 인수자에 대한 2~3개월간의 실질 심사 과정이 필요한데 차입금 만기가 며칠 남지 않았다”며 “채권단이 다시 차입금 만기 연장을 의결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타이어뱅크가 다른 기업과 연대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은 있다. 김 회장도 이날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기업 2곳과 금호타이어 공동 인수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이들 기업은 타이어뱅크가 한국 공장을 맡아준다면 금호타이어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변수는 김 회장의 리더십이다. 그런데 그는 현재 탈세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 등으로 김 회장 등 임직원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재판부의 판결 여부에 따라 ‘경영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전 직원 70명의 타이어뱅크가 조합원 수 3500명에 달하는 강성 노조와 200개 가까운 협력업체를 설득해 회사 정상화를 이끌 역량도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도 타이어뱅크의 인수 추진 발표에 대해 “법정관리로 들어가도록 조장하려는 의도”라며 비판했다. 김 회장은 27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 시점에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은, 마치 1996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우성타이어를 1999년 인수했던 넥센타이어처럼, 일단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한 후 헐값에 매수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전 참여와 관련해 “대응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산업은행 측은 “현재로썬더블스타 인수에 찬성하는지를전 직원 총투표에 부친 뒤 더블스타에 매각하거나, 법정관리로 가는 선택만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태희·김도년·고란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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