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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후 집값 양극화 … 해운대 아파트 7개월새 4억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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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의 결정판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다음달부터 정부의 규제 지도가 달라진다. 그동안 규제 영향력이 가장 강력했던 투기지역이 사실상 없어지고 이번 정부 들어 제도화된 조정대상지역이 막강해진다.

강남권 등 일부는 가격 되레 올라 #고양·해운대 최고 1.28% 하락 #내달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지역별로 부동산 규제 손질 필요

이런 가운데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8·2대책 때 정부는 세 가지의 그물로 청약·매매·대출 등 전방위 규제에 나섰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이다. 이중 투기지역이 가장 셌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를 고르고,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투기지역을 지정했기 때문에 투기지역에 모든 규제가 집중됐다.

이런 투기지역이 다음달부터 이빨 빠진 종이 호랑이가 된다. 정부가 다음달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 도입에 맞춰 투기지역 지정 효과와 지정 요건을 없애기 때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는 더이상 투기지역을 지정할 필요가 없어져서다. 조정대상지역 제도의 힘이 투기지역을 훨씬 능가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서 투기지역은 3주택 이상 보유자만 대상으로 삼지만 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자부터다. 규제 범위도 조정대상지역이 더 넓다. 그렇다고 현재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12곳이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기존 투기지역을 남겨두기로 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규제할 수 없는 주택담보대출 건수(가구당 1건) 제한을 위해서다.

과열 우려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은 8·2대책 후 희비가 엇갈린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은 대책과 관계없이 가격이 뛰었지만 다른 지역은 강남 접근성, 입주물량, 지역경제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고양시와 부산이다. 고양 아파트 값은 8·2대책 전 6개월간 경기도 평균(0.77%)의 두 배에 가까운 1.3% 올랐는데 대책 이후 6개월간은 0.47% 내렸다. 일산 주택 가격이 0.34%가량 내리며 고양시 집값을 끌어내렸다. 이 기간 경기도는 평균 0.8% 올랐다.

최근 3개월간 주택매매거래량이 경기도 전체로는 1년 전보다 7.9% 늘었는데 고양시는 줄었다.

부산 역시 8·2대책 전후 6개월간 아파트값 변동률이 이전 ‘1.75% 상승’에서 이후 ‘0.63% 하락’으로 반전했다. 주택매매거래량도 30% 넘게 줄었다. 이 기간 해운대구가 부산 전체 평균의 두 배가 넘는 1.28% 내리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지난해 8월 13억원 넘게까지 오른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145㎡의 실거래가가 이달 9억1000만원으로 급락했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통계부장은 “조정대상지역 지정 효과로 투자수요가 줄어든 데다 입주물량이 늘며 일부 지역에서 공급과잉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고양에는 2013년(9000여 가구) 이후 가장 많은 6000여 가구가 입주한다. 부산에선 2006년(3만1000여 가구) 이후 가장 많은 2만3000여 가구가 입주 대기 중이다.

집값이 급등하는 서울 강남권 외에 분당과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는데도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분당은 최근 6개월 새 8% 넘게 오르며 강남권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인다. 강남 집값 급등의 후광효과다.

6개월 단위의 수성구 집값 상승률은 8·2대책 전 0.05%에서 대책 이후 3.04%로 5배 넘게 높아졌다. 수성구 대우트럼프월드 84㎡ 실거래가가 지난해 7월 4억9000만원에서 1억원 올랐다. 투기과열지구 중 유일하게 조정대상지역을 피한 반사효과가 크다. 정부는 대구를 투기과열지구로만 지정하고 조정대상지역 이름에는 올리지 않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2대책을 점검할 때가 됐다”며 “정부 대책 이후 시장이 안정을 넘어 침체로 빠진 곳에선 규제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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