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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빚다, 시간이 조각하다···지질공원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중앙일보

입력

밖으로 나서지 않고는 못 배기는 계절, 봄이다. 따사로운 볕과 부드러운 바람을 만끽하러 나들이 계획을 세우는 가족 여행객이 많을 법하다. 봄꽃 찾으러, 봄맛 따라서 떠나는 길에 ‘지질 명소’ 를 들러 여행의 특별함을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질 명소를 방문하는 것은 그야말로 대자연과 호흡하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학습 여행이 되고, 어른들은 압도적인 경관 앞에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4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로 추천하는 전국 지질공원 4곳을 소개한다.

한국관광공사 추천 4월에 가볼 만한 곳 #바다 옆 사막 같은 풍경 태안 해안 사구 #지질트레킹, 온천 여행 즐기는 청송 #해남에서는 희귀 공룡 발자국 구경을

촉촉한 사막? 태안의 해안사구로

충남 태안 신두리해수욕장에는 국내 최대 해안사구(모래언덕)가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태안 신두리해수욕장에는 국내 최대 해안사구(모래언덕)가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동해바다의 매끈한 해안선과 달리 서해는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자랑한다. 리아스식 해안의 특징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여행지가 태안해안국립공원이다.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아우르는 국립공원으로 해안선 길이가 230㎞에 달한다.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27개 해변이 자리한다.
드넓은 갯벌과 사구, 갖가지 기암괴석과 크고 작은 섬도 서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느끼게 해준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이 보여주는 가장 큰 지질학적 특징은 해안사구다. 해안의 모래가 북서 계절풍에 밀려 조금씩 육지 쪽으로 이동하다가 식물 같은 장애물에 걸려 오랜 기간 쌓여서 만들어진다. 해안사구는 해안 지역을 지켜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도 한다.
해안사구를 구경하려면 7개 코스로 된 태안해변길 중에서 백사장항~꽃지해변(12㎞, 약 3시간 40분 소요)을 잇는 5코스 ‘노을길’을 따라 걷는 게 좋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안사구 복원 구역으로, 육지와 해변을 콘크리트 제방이 아니라 부드럽고 완만한 모래언덕이 나눈다.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도 볼 만하다. 무려 1만 년 동안 만들어진 해안사구로, 전체 길이 3.4㎞에 가장 높은 곳은 19m나 된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신두리 해안사구는 쓸데없는 모래밭에 지나지 않았으나, 1990년대 말부터 한반도에서 보기 드문 사막 지형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끌었다. 제철 식재료 꽃게로 만든 태안 꽃게장을맛보는 것도 4월 태안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다.

한반도 누빈 공룡 따라 산책해볼까

해남 공룡 발자국 화석지 주변에 조성된 공룡박물관. [중앙포토]

해남 공룡 발자국 화석지 주변에 조성된 공룡박물관. [중앙포토]

어릴 적 ‘공룡 앓이’ 한번 해보지 않고 자란 어른은 없을 듯하다. 중생대 지구를 장악했던 거대 생물 공룡은 예나 지금이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나라 공룡 여행 1번지를 꼽으라면 단연 전남 해남일 것이다. 해남읍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우항리 금호호에 세계적으로도 드문 공룡 화석이 있다. 공룡과 익룡, 새 발자국이 동일 지층에 함께 찍혀 있는 발자국 화석이다. 원래 금호호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화석 지층은 영암과 해남을 잇는 영암금호방조제를 쌓으면서 수면이 낮아지자 그 모습을 드러났다고 한다.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발자국 화석지. [중앙포토]

전남 해남 우항리 공룡발자국 화석지. [중앙포토]

발자국 화석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익룡 발자국 개수가 최다이며 그 크기도 세계 최대이다. 새 발자국 화석으로는 최고(最古) 기록도 갖고 있다. 호수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며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매표소에서 가까운 1보호각은 조각류 공룡관으로, 발자국 화석 263점을 볼 수 있다. 조각류는 거대한 초식 공룡이며, 주로 두 발로 걸었다. 2보호각은 익룡·조류관이다. 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 433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 1000여 점이 관람객을 반긴다. 3보호각은 대형 공룡관으로, 발자국 내부에 별 모양이 있고 크기가 52~95cm에 이르는 화석 105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 발자국 주인은 대형 초식 공룡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청송 국가지질공원

경북 청도 주왕산 국립공원 용추 협곡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신선세계에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중앙포토]

경북 청도 주왕산 국립공원 용추 협곡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신선세계에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중앙포토]

경북 청송 국가지질공원은 2017년 제주도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청송군 전 지역을 포함해 모두 24곳의 지질명소가 있다.
청송군 전역(845.71㎢)이 유네스코 지질공원이라고 할 만큼 드넓은 지질탐방로는 크게 세 코스로 나뉜다. 국립공원 주왕계곡지질탐방로(4.5km), 신성계곡 녹색길지질탐방로(12.4km), 청송자연휴양림 지질탐방로(5.5km)다. 청송 지질 탐방을 계획할 때는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홈페이지에서 해설사 예약이 필수다.
주왕계곡지질탐방로는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시작한다. 대전사 앞에서 바라보는 주왕산의 첫인상은 우뚝 솟은 기암 단애(절벽 바위)다.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이 거듭 폭발하면서 절벽 모양의 바위가 만들어졌다. 하늘로 향한 손 모양 기암 단애는 관광객에게 환영하는 인사 같다.

신성계곡 길안천변에 조성된 지질탐방로인 녹색길 주변 풍광. [중앙포토]

신성계곡 길안천변에 조성된 지질탐방로인 녹색길 주변 풍광. [중앙포토]

신성계곡 녹색길지질탐방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방호정을 만난다. 조선 중기 학자 조준도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는 정자다. 약 1억 년 전에 만들어진 퇴적암 위로 길안천이 흐르고, 수평으로 쌓인 퇴적암은 지층이 융기하며 기울어졌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소나무 숲과 정자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어우러진다. 계곡 하류 지역은 기암절벽과 울창한 소나무 숲, 맑은 물과 자갈밭, 야영장이 있어 가족 휴양지로 사랑받는다.
청송자연휴양림 지질탐방로는 퇴적암층을 볼 수 있는 코스다. 청송자연휴양림에서 숙박을 해도 좋다. 지질탐방로를 걷고 나서 주왕산온천관광호텔에 있는 청송솔기온천으로 향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하 700m에서 용출되는 알칼리성 온천수에 몸을 담그며 여독을 풀 수 있다.

태종무열왕이 머물다 간 땅

보고 즐길 것이 많은 여행 도시 부산. 지질여행도 부산 여행의 훌륭한 테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낙동강하구, 몰운대, 두송반도, 송도반도, 두도, 오륙도, 이기대, 장산, 금정산, 구상반려암, 백양산 등 부산에는 모두 12군데 지질 명소가 있다. 그중에서도 추천할 만한 곳이 태종대다. 바다와 붙은 오묘한 땅의 모습에 반해, 신라 태종무열왕이 머물며 활을 쏘았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중생대 백악기 태종대 앞 푸른 물이 그때는 바다가 아니라 호수였다. 호수에 쌓인 퇴적층이 굳어 바위가 된 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물과 바람에 씻기고 깎여 지금의 태종대가 탄생했다.

영도등대에서 내려다본 태종대 모습. [사진 한국관광공사]

영도등대에서 내려다본 태종대 모습. [사진 한국관광공사]

지질 탐방지는 영도등대 앞 태종바위와 신선바위 주변에 집중된다. 다양한 지질 환경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도록 지질트레일 코스를 개발해서 지도에 표시해두었다.
암석해안이 파도에 침식되어 평평해진 파식대지, 절벽 아래가 파도에 움푹 파인 낭식흔, 절벽 표면에 아름다운 무늬가 나타나 천연 벽화라고도 부르는 슬럼프 구조는 처음 보는 사람도 찾기 쉽다. 영도등대에서 계단을 지나 동쪽으로 내려가면 모래는 쓸려 가고 자갈이 파도에 동글동글해진 역빈(현생 자갈 마당), 약한 암석이 파도에 깎인 해식동굴도 볼 수 있다. 태종대 여행은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어야 더욱 풍성해진다. 부산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geopark.busan.go.kr)에서 해설을 예약할 수 있다.
영도등대와 지질트레일 외에도 태종대 곳곳에 비경이 가득하다. 식당과 카페, 매점이 있어 쉬어 가기 좋고, 태종사도 들러볼 만하다. 4월 초순 도로변에 동백꽃이 만개해 더 근사하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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