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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한·미 금리 역전, 뭐가 문제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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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Q. 미국 기준금리가 올랐다. 한국 기준금리와 역전됐다. 이런 기사를 자주 봤어요. 한국과 미국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길래 그리 걱정하는 건가요.

미 Fed 기준금리 1.75%로 인상 #한국은 1.5%, 10여 년만에 역전 #높은 이자에 따라 움직이는 자금 #한국서 미국으로 자본 유출 우려 #금리 동반 상승 땐 가계 빚도 문제

미국서 한국보다 이자 더 주면 외국자본 빠져나갈 수 있죠" 

A. 틴틴 여러분, 은행에 가서 통장 만들어본 적이 있나요. 있다면 통장을 한 번 열어보세요. 없다면 어머니·아버지에게 부탁해보세요. 종이통장이든,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통장이든 다 좋아요. 예금·적금 통장이라면 됩니다. 통장을 열어보면 ‘이율’ ‘금리’ 같은 글자가 보일 거예요. 그 뒤에 ‘연 0.000%’라고 숫자가 따라붙죠. 이율·이자·이자율·금리. 용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뜻은 같답니다.

다 같은 의미지만 많이 쓰는 용어 중 하나가 금리(金利)예요. 한자로 풀어보면 돈(金)에 붙는 이익(利)을 말한답니다. 여기서 ‘연’이라는 건 1년 단위를 말해요. 돈을 맡기면 그 금액에 따라 1년에 ‘0.000%’에 해당하는 만큼 원금(처음 맡긴 돈)에 이자를 더해 돌려준다는 의미랍니다.

틴틴은행과 경제은행 이렇게 2개 은행이 있다고 한 번 예를 들어볼게요. 틴틴은행은 연 3% 이자를 준다고 해요. 그런데 경제은행은 연 4% 이자를 약속하네요. 1만원을 맡겼다면 1년 후 틴틴은행은 원금(1만원)에 이자를 얹어 1만300원, 경제은행은 1만400원을 돌려준다는 얘기죠.

[그래픽= 김회룡·박경민 기자 aseokim@joongang.co.kr]

[그래픽= 김회룡·박경민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은행에 저축한 돈이 커지면 당연히 이자도 불어납니다. 100만원을 틴틴은행에 맡기면 이자로 3만원을 챙길 수 있죠. 경제은행이라면 이자는 1만원 더 많은 4만원이겠네요. 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금리 1%포인트, 아니 0.1% 포인트 차이에도 두 은행이 얹어주는 이자가 크게 달라질 수 있겠죠. 수천만원, 수억원의 목돈이라면 말할 것 없습니다.

여기서 틴틴 여러분께 질문 하나. 틴틴 여러분이라면 어느 은행에 돈을 맡길 건가요. 이자가 높은 “경제은행”이라고 답한 친구들이 당연히 많을 것 같네요. 오랫동안 틴틴 경제를 읽어와서 ‘경제를 좀 아는’ 틴틴 여러분이라면 너무 쉬운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럼 문제 난이도를 좀 높여 보겠습니다.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연 1.25~1.5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올립니다. Fed는 미국의 중앙은행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돈이 바로 미국 달러화입니다. 이 달러를 얼마나 더 찍어낼지, 아니면 회수할지를 결정하는 곳이 바로 미 Fed입니다.

여기서 여러 가지 다양한 미국 금리의 ‘기준’이 되는 연방기금금리도 결정해요.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미국의 시장 금리도 따라 올라갑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한국은행과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이죠. 한국은행도 틴틴 여러분이 쓰는 100원, 1000원, 1만원 등 원화를 얼마나 많이 찍어낼지 정하는 기관이랍니다. 미국 Fed와 마찬가지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결정해요. 한국은행 기준금리 역시 국내의 여러 가지 금리가 따라가는, 이름 그대로 ‘기준’이 되는 금리 역할을 합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50%입니다. 그런데 지난 21일 미국 Fed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올려버립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보다 낮거나 같았어요. 보통 각 나라의 기준금리 수준은 경제 규모, 국가 신용도와 거꾸로 갑니다. 나라 규모가 크고 신용도 탄탄하다면 낮은 금리를 쳐주더라도 자금이 몰려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21일을 기점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1.75%(최고 금리 기준), 한국은행은 1.50%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은 상황이 됐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이 뒤바뀌었다고 해서 이걸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라고 불러요. 흔한 일이 아닙니다. 10년 7개월 만에 벌어진 역전 현상입니다. 요약한다면 한국보다 미국에서 돈을 빌려 가고 갚을 때 더 높은 이자를 쳐주는 상황이 돼 버린 거죠.

이제 묻겠습니다. 틴틴 여러분이라면 연 1.50% 이자를 주는 한국은행과 연 1.75% 이자를 주는 미국 중앙은행(Fed) 어디에 돈을 맡기겠습니까. (물론 실제로는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에 일반 개인이 돈을 맡길 순 없답니다. 특수은행이기 때문에 은행이나 정부, 법에 규정된 극히 일부 회사만 거래할 수 있어요.)

아까 이자율이 1%포인트 더 높았던 “경제은행”이라고 답한, 셈이 밝은 틴틴 여러분이라면 미국 Fed라고 답하겠죠. 경제 교과서대로라면 그 답이 맞습니다. 돈은 언제나 높은 이자율을 따라 움직이니까요. 게다가 한국보다 경제 규모도 훨씬 큰 데다 막강한 달러화의 주인인 미국입니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있던 외국인 투자자의 뭉칫돈이 미국 등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자금 유출 우려가 여기저기 터져 나왔죠.

하지만 국제 경제 실전 무대는 훨씬 복잡합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바로 다음 날인 22일.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소폭(0.44%)이긴 하지만 오릅니다. 한국 외환시장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어요. 한국 경제의 건전성, 이익을 잘 내는 국내 기업 등을 보고 자금을 빼낼 필요는 없다 전망한 여러 투자자 덕분이죠.

사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을 두고 진짜 걱정해야 할 문제점은 다른 쪽에 있어요. 145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쌓여있는 한국의 가계 빚이죠. 이번 금리 역전은 미국 중앙은행이 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나타난 잠깐의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미국은 경제 규모(2016년 기준 18조6245억 달러)로는 중국도 따라가지 못하는 1위 국가입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금리를 큰 이변이 없는 한 다른 나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1450조원이란 한국의 가계 빚에 붙는 이자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죠. 가계 빚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정부에서, 기업에서 그리고 가계에서도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틴틴 여러분도 이 점을 잊지 말아요.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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