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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지데몬 구금에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 “그가 우리의 지도자” … 격한 충돌 일어

중앙일보

입력

푸지데몬 전 수반의 구금에 항의하기 위해 나선 시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진에 히틀러를 상징하는 콧수염이 합성돼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푸지데몬 전 수반의 구금에 항의하기 위해 나선 시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진에 히틀러를 상징하는 콧수염이 합성돼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카탈루냐 독립 운동의 아이콘'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독일에 구금되며 한동안 잠잠했던 스페인이 다시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CNN 등 외신은 25일(현지시간) 독일 경찰이 이날 오전 덴마크와 독일의 국경 지대에서 푸지데몬 전 수반을 연행해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그는 핀란드에서 벨기에로 가던 중 붙잡혔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카탈루냐 분리독립 운동을 이끌어 온 지도자로, 지난해 10월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한 후 중앙정부가 자신을 체포하려 하자 벨기에로 도피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반역죄 혐의로 그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유럽연합(EU)에 속한 국가는 2004년 도입된 ‘유럽 체포영장’ 제도에 따라 다른 회원국에 범죄인 신병 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독일 법원이 26일 푸지데몬의 구금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푸지데몬이 스페인으로 인도돼 반역죄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최대 3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푸지데몬 전 수반의 사진이 인쇄된 포스터를 들고 시위에 나선 카탈루냐 시민. [AP=연합뉴스]

푸지데몬 전 수반의 사진이 인쇄된 포스터를 들고 시위에 나선 카탈루냐 시민. [AP=연합뉴스]

푸지데몬이 구속됐다는 긴급 뉴스가 타전되자 카탈루냐 지역 곳곳에선 독립을 지지하는 ‘주민투표사수위원회(CDR)’ 등의 주도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지난해 카탈루냐 분리독립 운동의 중심지였던 바르셀로나에선 수천 명의 시민이 쏟아져나와 푸지데몬의 구속에 거칠게 항의했다.

카탈루냐기를 든 이들은 바르셀로나의 유명 관광지인 람블라스 거리 등에서 “유럽은 각성하라” “유럽에 과연 민주주의가 있느냐”고 쓰인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또 수많은 이들이 ‘푸지데몬이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시위에 참여했다. 카탈루냐어(스페인 표준어는 카스테야어)로 “푸지데몬이 우리들의 지도자”라고 쓴 피켓을 든 이들도 많았다.

이들의 분노는 스페인 중앙정부를 넘어 푸지데몬을 구속한 독일 정부와, 카탈루냐의 고립을 외면하는 EU로도 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얼굴에 히틀러의 콧수염을 합성한 사진을 든 시민이 있을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는 모습 등이 SNS를 통해 전파됐으며, 부상자가 50명 넘게 발생하는 등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CNN은 “시위대 중 일부는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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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지데몬은 벨기에로 도피한 이후에도 지난해 말 실시된 조기 선거에서 영상으로 투표를 독려하는 등 외국에서도 분리독립 운동의 구심점이 되어왔다.
한편 스페인 검찰은 푸지데몬 송환 절차와 관련해 독일 현지 검찰, EU 검찰기구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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