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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꿀릴 것 없는 협상판이었다" (발표문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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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한미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180326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한미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180326

 한·미 자유무역협상 개정 및 철강 관세 부과 관련 협상 결과가 26일 공개됐다. 한국산 철강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 철강 수출량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국무회의 직후 기자 브리핑] #철강 수출국 중 가장 먼저 국가면제 #농업 등 레드라인 정하고 신속 타결 #대통령이 전권 위임...국익 지켰다

국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미국산 자동차 수입 쿼터를 2배 늘리고,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해서는 기존 협정보다 20년 더(2041년까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내 농축산물 시장 추가개방은 하지 않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세 차례에 걸친 협상 과정 및 최종 협의 내용을 보고했다. 아래는 국무회의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김 본부장의 브리핑 발언 전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180326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180326

 안녕하십니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입니다. 국무회의가 좀 늦게 끝나는 바람에 좀 늦었습니다. 지난 4주간 미국에서 저와 협상단 약 30명은 4주 동안 머물면서 2개 협상, 한미 FTA 그리고 232조 철강협상을 끝내고 어제 귀국했습니다.

 철강협상에서는 한국이 처음으로 국가면제협상을 끝마쳤고, 2015년에서 2017년 3년 평균으로, 기준으로 해서 70% 쿼터를 받고, 2017년 기준으로 하면 이게 74%가 되겠습니다. 74%에 해당되는 물량을 25%의 추가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타결했습니다.

 한미 FTA 개정에 대해서도 조기에 원칙적 합의 즉, 원칙적 타결이 됐습니다. 어제 말씀드린 대로 농업시장 추가 개방이 없다는 농업 레드라인을 지켰고,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도 없습니다.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철폐된 관세를 재도입하거나 아니면 후퇴하는 것도 없습니다. 관세 부활이 없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301조 발동으로 세계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금번 합의를 통해 철강면제 여부와 한미 FTA 협상이라는 두 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했습니다. 이로써 우리 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대미교역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철강 232조 협의결과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분야의 협상결과의 말씀을 드리자면, 미국은 국가안보 이유로 자국의 철강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목표하에 지난 3월 23일 금요일로부터 ‘전 세계 철강수입품에 25%를 추가 부과하기’를 시작했습니다.

 막판까지 이어진 USTR과의 협상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25%의 추가관세 부과에서 면제되는 지위를 확정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한국이 가장 먼저 국가면제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철강기업들이 대미 수출에 있어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고 봅니다. 이에 따라서 잠정면제기한인 5월 1일 이후에도 쿼터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계속 면제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NAFTA 협상과 연계되어 있고, 대부분 아직 면제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이 결과는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도 불리한 상황에서 이루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 수출량이 작년 362만 톤이었고, 이게 미국시장에서는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많고, 중국 수입물량도 1153만 톤으로 가장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4주 전에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한국이 중국산 환적수출로 미국 철강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었습니다. 그래서 상무부의 검토보고서에서 보시면, 53%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야 할 12개 국가 중 하나였고, 거기의 ‘옵션B’에 포함되어 있었고, 이것을 두고 국내에서는 일본과 대만 같은 여타 동맹국은 포함이 되지 않지 않은데,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는 데에 대한 우려가 많이 있었습니다.

 지난 4주간 미국에서 USTR 상무부 장관은 물론, 통상을 담당하는 상원 재무위원장, 하원 세입위원장 같은 주요인사 30명을 넘게 만나서 설득작업을 했습니다. 그 결과, 최악 53% 관세와 차악 25% 관세를 피한 현재 합의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먼저, 면제협상이 진행 중인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캐나다는 미국과 생산구조가 한 나라처럼 통합이 되어 있고, 브라질은 중간재 수출 위주이고, 호주ㆍ아르헨티나 철강 수출량은 미미하거나 또는 대미 무역적자국입니다.

 세 번째, 우리 대미 철강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했습니다. 우리 철강수출 중에서 대미 수출비중은 약 11%인데, 금번 쿼터 설정으로 인해서 제약된 물량은 2017년 기준으로 약 3%밖에 불과합니다. 다만, 금번 쿼터가 전년 해 대비 대미 수출량 대비 판재류는 111%이지만, 강관은 감소폭이 크기 때문에 수출성 다변화, 내수확대를 정부차원에서 검토해 볼 예정입니다.

 다음은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정 협상은 출발, 작년 8월부터 출발선부터 양국 간의 입장차가 매우 컸었습니다. 미국은 무역적자와, 미국 무역적자가 한미 FTA 때문에 무역적자가 컸다고 주장을 했고, 우리는 한미 FTA가 호혜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미국은 초기단계에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우리 측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조했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일방적이며 과도한 요구에 대해서 농축산물 제외,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불가, 기 철폐 관세 후퇴 불가와 같은 레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하고 난 다음에 가능한 좁은 범위에서 신속하게 끝내겠다는 전략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지금 여기 서 계시는 우리 실무자, 협상 실무자들이 치열하게 협상을 해서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작년에 우리 대미 무역흑자가 179억 불이었는데 그중에서 74%가, 즉 130억 불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이 분야에 집중했습니다.

 협상의 결과로서 미국으로의 자동차수출에 있어서 이미 철폐된 2.5% 관세를 다시 도입하지 않고, 자동차 원산지 기준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35%입니다. 미국의 한국시장 접근 관련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먼저, 픽업트럭 관세는 지금으로부터 23년 후인 2041년 1월 1일까지 철폐, 1월 1일에 철폐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업체가 없음을 감안을 했습니다.

 자동차 안전기준 관련 현재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제작사별 2만 5000대까지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 시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는데, 이 숫자를 2만 5000에서 5만 대로 늘렸습니다. ‘5만 대’라는 숫자는 실제 수입량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말씀을 드립니다.

 참고로 작년 2017년 기준으로 포드사가 8107대, GM사가 6762대 그리고 크라이슬러사가 4843대를 우리 한국시장에 수출했다는 점을 말씀을 드리고 모두, 미국으로부터 제작사별 실제 수입물량은 모두 1만 대 미만입니다. 이것은 중요한 팩트입니다.

 자동차 연비 온실가스 기준과 관련해서 우리 현행기준과 제도하에서 친환경 기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차기 기준 설정 시 미국 기준 등 국제기준 동향을 고려하는 한편, 현행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한미 FTA 개정 관련 우리 측 관심 분야로서는 ISDS, 무역구제, 섬유 분야가 반영되었습니다. 한미 FTA ISDS 수출항을 개정하여 투자자에 의한 ISDS 남소방지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또한, 현지실사절차규정과 덤핑ㆍ상계관세율 산정내역을 공개하기로 합의하는 등 미국의 수입규제 조사관행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섬유업계가 관심을 가진 일부 원료품목의 원산지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내 절차를 가속화하기로 했습니다.

 철강, 한미 FTA 두 분야 모두 USTR을 상대로 치열한 협상을 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FTA 폐기 압박 등 미 측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서 우리가 밀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걱정해주신 분도 많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협상가로서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꿀릴 것이 없는 협상판이었습니다. 라이트 하이저 대표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고, 제 뒤에는 두 세대 만에 세계무역 6강을 이루어낸 우수한 우리 국민이 있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제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해 주셨기 때문에 협상가로서 국익만 생각하면 되는 협상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미 FTA를 지킨다는 생각보다는 국익ㆍ국격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전에 한미 FTA를 타결한 데 이어 이번에 개정 협상까지 하면서 느낀 바가 큽니다. 발효 후 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한미 FTA를 가치를 돌이켜 평가하자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무역흑자를 냈느냐보다는 우리 민족의 개방 DNA를 키우고 세계경쟁에 자신감을 갖게 된 의미가 있었고 경제 발전과정에 일종의 통과의례였다고 생각합니다.

 덩케르크 전투에서 처칠 항전 결정이 성공하는 데는 요트와 어선을 끌고 도버해협을 건넌 영국 국민이 있었고, 고려 서희장군의 뱃심 좋은 담판이 성공한 배경에는 전쟁을 불사했던 고려백성의 결기가 뒷받침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협상에 있어서도 우리는 국운이 있는 민족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큰 그림을 보고 앞으로 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빠른 추종자에서 벗어난 4차 산업혁명에서는 퍼스트 무버로 나간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 측면에서 관세와 FTA를 넘는 새로운 통상정책으로 나가야 합니다.

 대통령과도 1시간 넘게 보고하면서 준비한 새로운 통상정책을 조만간 국민 여러분께 설명을 드리고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남방, 신북방, 메타솔 무역협정,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을 다변화하겠습니다. 지난주 이코노미스트지에서도 디지털 경주의 주도권 경쟁을 다룬 기사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석유가 핵심자원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핵심이 되는 경제구조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하는 데이터 중심으로 메가 FTA도 추진하고 통상정책의 중심을 디지털 무역으로 전환해 나가겠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도 지난 1주 한중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서울에서 시작했습니다. 보다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된 한국, 양국 경제관계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배가 너무 오래 정박해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힘찬 항해를 하도록 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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