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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테 낀 전인권, 말춤 싸이...한국 100대 LP에 담긴 역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수 전인권(왼쪽 사진)이 1979년 솔로 데뷔앨범 속에서 뿔테 안경을 끼고 있다. 오른쪽은 2012년 미국에서 제작된 앨범 속에서 말춤을 추는 싸이. 최승식 기자

가수 전인권(왼쪽 사진)이 1979년 솔로 데뷔앨범 속에서 뿔테 안경을 끼고 있다. 오른쪽은 2012년 미국에서 제작된 앨범 속에서 말춤을 추는 싸이. 최승식 기자

짙은 선글라스 속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가수 전인권은 자신의 솔로 데뷔앨범 속에서 뿔테 안경을 쓰고 순박하게 앉아있다. 태현철이라는 예명으로 데뷔한 트로트 가수 현철은 훤칠한 외모를 뽐낸다. 일곱살에 데뷔 음반을 발표한 하춘화는 두 손을 모으고 앙증맞은 표정을 지으며 노래한다.

'원조 걸그룹' 김시스터즈부터 소녀시대 음반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1000만원 호가하는 신중현 1집 '히키 신의 키타 멜로듸' 경음악 선곡집도...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에비뉴얼 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100 Albums 100 Artists' 전시회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다. 이곳에선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 씨가 선정한 한국 100대 LP앨범이 선보이고 있다. 1958년 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LP앨범부터 2015년 일본에서 발매된 소녀시대의 픽쳐LP까지 한국의 음반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음반 속 전설들의 앳된 모습이 곳곳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인권은 1970년대 중반, 서울 명동의 쉘부르에서 아마추어 가수 콘테스트에 뽑혀 일당 1000원을 받으며 무명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전인권은 1979년 솔로 앨범을 처음 발표하며 뿔테 안경 속의 순박한 모습으로 앨범표지 사진을 장식했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1987년 데뷔 음반이다. 이 음반은 유재하가 여자 친구와의 만남과 이별을 주제로 만들었다. 같은 해 11월 교통사고로 인해 유재하가 25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음악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표지그림 속에서 담배 연기가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제목을 만들고 있다.

1987년 발매된 김완선의 2집 앨범. 앨범에서 '리듬 속의 그 춤을'이 가요차트를 휩쓸었고 김완선은 KBS 가요대상 올해의 가수상을 받았다.

김건모 3집 '잘못된 만남' (1995년). 덕윤산업에서 발매한 김건모의 3집은 폭발적인 히트에 힘입어 286만장의 판매기록을 남겼다. 한국 기네스북에 최다 판매 앨범으로 기록된 기념비적인 앨범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 앨범으로 1992년 반도음반에서 제작했다. 상표를 그대로 부착한 X세대 의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서태지 왼쪽으로 지금은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춤꾼 양현석의 모습도 보인다. 오른쪽은 이주노.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는 일본에서 발매한 두 번째 싱글 'Gee'로 오리콘 데일리 차트 1위에 올랐다. 2011년 발매한 일본 첫 정규음반은 87만장이 팔렸다. 2015년 일본에서 제작된 'Catch Me If You Can'은 일본에서 한정본으로 발매됐다.

1958년 제작된 최초의 국내 제작 LP 음반이다. 1948년 미국 컬럼비아 레코드사에서 세계 최초로 LP 음반을 만든 지 10년 만에 국내에서도 앨범이 만들어졌다. 아쉽게도 가수의 앨범이 아니라 KBS에서 방송제작의 편의성을 위해 가곡, 동요 등을 담아 만들었다.

신비한 태현철의 힛트집(1969년). 트로트 가수 현철은 데뷔 초 태현철 이라는 예명으로 불렸다. 부산 출신의 현철은 1961년 동아대학교 법경대학에 수석 합격했지만, 자퇴 후 26살에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본명은 강상수다.

한국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1963년 첫 정규앨범이다. 1959년 아시아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첫 걸그룹인 김시스터즈는 미국 현지 레이블 모뉴먼트에서 정규 앨범을 제작했다. 'The Kim Sisters: Their First Album'이라고 쓰인 독특한 영어필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962년 데뷔 당시 만 6세로 당연히 국내 최초의 어린이 가수 독집이다. 1962년 1000장이 발매됐다. 1500회가 넘는 공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하춘화의 데뷔 음반으로 깜찍한 하춘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966년 신세기 레코드에서 만든 윤복희 스테레오 앨범 제1집. 미니스커트에 롱부츠를 신은 윤복희가 재밌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72년 지구 레코드에서 만들어진 남진의 '임과 함께' 앨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 평생 살고 싶어'는 당시 시대를 휩쓸던 새마을운동의 모토를 전달하는 빅히트 곡이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가 실린 1969년 김추자의 데뷔음반. 한국 대중가요 사상 가장 섹시한 여가수로 평가받는 김추자의 기념비적인 데뷔음반이다. 동국대 재학 중이던 여대생 김추자가 신중현의 곡을 들고 데뷔했다. 김추자는 강원도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1969년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히키 신(신중현) 1집. 1963년 도미도 레코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앨범은 대중가요 LP 중 최고가인 1000만원을 호가한다. 이 앨범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첫 음악 기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히키 신은 신중현이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하던 시절 신들린 듯 연주하는 그에게 미군들이 붙여준 애칭이라고 한다.

패티 김은 1961년 국내 최초로 서울 반도극장에서 리사이틀 공연을 갖고 오아시스 레코드에서 음반을 제작했다. 패티 김의 첫 예명은 '린다 김'이었다고 한다. 작곡가 박춘석이 음반제작을 주선했다.

가왕 조용필의 1976년 서라벌 레코드 제작앨범. 100만장이 팔린 당시 최대 이슈는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의 첫 고국 방문. 기존에 발표했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일부 수정해 발표, 부산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적인 베스트 음반이 됐다.

자취를 감췄던 LP음반이 다시 눈에 띈다. LP 음악전문점에서부터 한정판 앨범 제작까지.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복고풍 유행 덕분이다. 블루투스 스피커 제품 옆에 난데없이 나타난 클래식한 모습의 LP턴테이블도 팔리고 있다. 지난주엔 일본의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는 29년 만에 LP레코드 생산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제품은 가수 빌리 조엘의 음반으로 알려졌다.

한때 힘들게 모았던 LP판을 헐값에 버리듯 팔았던 기억이 쓰리기만 한 건 기자만의 아쉬움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위안을 가진 건 100대 LP 앨범으로 전시된 작품 중 김건모와 변진섭 등의 LP판 3개가 집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100 Albums 100 Artists'  전시회는 다음 달 2일까지 계속된다.

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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