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하루 앞둔 25일 ‘국무회의 패싱’에 따른 위헌 논란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3/25/de20e8d4-d070-478c-bdd4-5b4253da1801.jpg)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헌법 89조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의(發議)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개헌안은 발의 당일인 26일 국무회의에 처음 상정돼 심의절차를 밟는다. 청와대가 이미 개헌안 내용을 다 공개한 상태에서 막판에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올리는 것은 헌법이 정한 ‘국무회의 심의’를 무시한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개헌(안) 발의 관련 긴급간답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3/25/e06862ed-b1d1-4da5-8cfb-c9625dbf0007.jpg)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개헌(안) 발의 관련 긴급간답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헌법개정안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규정한 무게를 헤아린다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회의가 아니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민정수석이 사흘에 거쳐 개헌안을 조문 형태가 아닌 보도자료로 쪼개 발표하고, 또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개헌 발의에) 전자결재로 서명하는 건 헌법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숙의 민주주의를 좋아하는 이 정부가 숙의는커녕 국무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개헌안을 발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3/25/3bc41fe2-3b57-4d46-9401-82f835cd05fc.jpg)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른 야당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왔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개헌안은 국회도 패싱, 국무회의도 패싱, 법제처도 패싱,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청와대뿐”이라며 “위헌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국무회의를 단순한 요식행위로 생각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을 배제하고 대통령 개인비서에 불과한 민정수석 주도로, 개헌안을 이벤트 하듯 하나하나 발표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 그 자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윤영일 최고위원 역시 23일 당 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을 제쳐놓고 청와대 민정수석이 발표를 했다.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선거 공약용이나 홍보용으로 쓰이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부위원장, 정 위원장, 하승수 부위원장.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3/25/92131a90-505b-437f-92af-41391cadb566.jpg)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부위원장, 정 위원장, 하승수 부위원장. [뉴스1]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율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무위원 논의가 생략됐다는 지적은 아픈 대목이다. 우리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차’ 싶었다”고 토로했다. 변호사 출신의 한 의원도 “개인 의견을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국정은 국무회의가 주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가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발 개헌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3/25/ecb54d25-3f39-4bd1-a01c-c5f8c9bc58a1.jpg)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가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발 개헌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중앙포토]
개헌 절차의 위헌 논란은 원로 헌법학자이자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역임한 허영(82) 경희대 석좌교수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3월 22일 자 8면)에서 처음 제기했다. 허 교수는 “헌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무회의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발의 직전에 국무위원들이 심의한다고 해도 그건 거수기 노릇만 하는 것”이라며 “왜 현행 헌법을 헌신짝처럼 무시하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일종의 위헌”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개헌안 작업은 민정수석이 해야 할 의무이자 책무”라며 “야당이 3일간의 개헌안 설명을 발의로 착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 개헌안은 국무위원들이 심의한 뒤 발의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국무위원들도 충분히 개헌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26일 심의 과정에서 반영할 필요가 있는 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3/25/dcafbd59-cc37-40e5-a58f-57556ba89ecb.jpg)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와대가 개헌안 전체 내용을 공개한 상황에서 발의 직전에 내용을 손 보자고 나설 장관들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은 “개헌안에 담긴 엄청난 내용들을 어떻게 국무회의에서 몇시간 만에 다 심의를 한단 말이냐”며 “총리와 장관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은 26일 오전 10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하면 문 대통령은 UAE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승인할 예정이다.
최민우ㆍ허진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