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다. 미세먼지로 인한 프로야구 취소는 가능할까. 정답은 '그렇다. 하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이다.
취소 규정은 있지만 명확한 기준 없어 #2016년 만들어진 뒤 한 번도 적용 안 돼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24일 서울(삼성-두산)과 인천(롯데-SK), 광주(kt-KIA) 지역은 초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서울에는 24일 오후 8시를 기준으로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됐다. 실내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넥센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LG-NC전만 먼지를 피할 수 있었다. 25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은 경기시간인 오후 2시 현재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 129㎍/㎥, 인천이 145㎍/㎥, 광주가 124㎍/㎥로 '나쁨' 수준이었다.
2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SK전을 관전한 장용석(32)씨는 "미세먼지가 많다는 예보를 접하고 마스크를 쓰고 왔다. 그래도 밖에 계속 있으니 조금 답답한 느낌"이라며 "지금은 그렇게 심하지 않지만 더 심해지면 야구장에 나오기 힘들 거 같다. 집에서 TV로 시청하게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 김도연(15)군은 "미세먼지 때문에 공이 잘 안보인다. 예보를 보고 마스크를 쓰려다 그냥 나왔는데 후회된다"고 했다. 선수들도 경기 전 연습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훈련하기도 하지만 경기 중에는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KBO 야구 규약에는 황사에 관한 관련한 취소 규정이 있다. 황사로 인한 경기 취소 규정은 지난 2007년 만들어졌다. 제27조 1항에는 황사주의보(황사로 인해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 40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황사경보(800㎍/㎥ 이상)가 내려질 경우 취소가 가능하다. 강풍과 폭염도 명확한 규정수치가 있다. 2007년 4월 1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시범경기 4경기가 모두 취소된 적이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다르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질 경우 경기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과 상의한 뒤 경기관리인과 협의해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 여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숫자 기준은 없다. 2016년 규정이 생긴 이후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프로야구 뿐 아니라 프로축구 등 다른 스포츠에서도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적은 없다. KBO 관계자는 "야구가 거의 대부분의 경기가 실외에서 열리기 때문에 경기 진행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이상 취소시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도 야구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막진 못했다. 24일 열린 개막전에선 고척을 제외한 4개 구장이 만원 관중을 기록하면서 9만6555명이 몰렸다. 2009년 개막전(9만8000명) 이후 역대 2번째로 많은 숫자다. 25일 경기에도 광주, 창원 경기가 매진되는 등 8만7515명이 몰렸다.
김효경, 인천=김원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