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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구이린 못지않은 비경 태국 '카오속 국립공원'

중앙일보

입력

태국에는 국립공원이 147개나 있다. 국토 면적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대부분 낯설다. 한국인이 즐겨찾는 푸껫·파타야 같은 휴양지는 국립공원 목록에 없다. 자연 보존을 중시하는 터라 국립공원 지역은 개발이 제한돼 있다. 공원 안쪽에는 리조트나 식당이 거의 없다. 그만큼 사람 손때 덜 묻은 자연이 남아 있다. 지난 겨울 다녀온 카오속 국립공원(Khao sok national park)이 그랬다. 야생 호랑이와 표범도 많이 산다는데 다행히 마주치진 않았다.

댐 건설로 생긴 치우란호수서 보트 타고 #정글 하이킹 즐기고 수상가옥서 숙박까지

태국 남부, 수라타니 주에 있는 카오속 국립공원에는 거대한 인공호 '치우란호수'가 있다. 카르스트 지형으로 베트남 하롱베이, 중국 구이린 못지않은 비경을 자랑한다.

태국 남부, 수라타니 주에 있는 카오속 국립공원에는 거대한 인공호 '치우란호수'가 있다. 카르스트 지형으로 베트남 하롱베이, 중국 구이린 못지않은 비경을 자랑한다.

타이만의 두 섬, 코팡안과 코타오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태국을 떠나기 전, 카오속 국립공원이 수라타니공항에서 반나절 코스로 다녀올 만하다 해서 서쪽으로 향했다. 실제로 카오속 국립공원은 남쪽으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푸껫이나 끄라비, 수라타니 주의 세 섬(코사무이·코팡안·코타오)을 오가는 길에 많이 들른다고 한다.

수라타니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카오속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공원 면적은 736㎢로, 서울보다 크다. 국립공원의 진면목을 보려면 공원 안에 여러 날 머물며 정글 속을 누비고, 카약도 타봐야 하지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여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인 치우란 호수(Cheow lan lake)로 향했다.
치우란은 사연 많은 인공호다. 면적이 185㎢로, 소양호의 10배가 넘는다. 태국 정부는 수력 발전과 농업용수 목적으로 1987년 라짜프라바(Rajjaprabha) 댐을 건설했다. 클롱생 강이 막히면서 강 유역에 살던 마을도 고스란히 수면 아래 묻히게 됐다. 댐이 생기기 전까지 강 유역에서 농사와 목축을 하며 살던 385가구는 일순간 수몰민 신세가 됐다. 다행히 정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마을을 조성해줬고, 한 가정당 3만㎡(약 9000평)의 땅을 주고 정착비도 지급했다고 한다.

치우란 호수는 거대하지만 작은 목선만 있으면 풍경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치우란 호수는 거대하지만 작은 목선만 있으면 풍경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댐 근처에서 전동 보트를 탔다. 광막한 옥빛 호수를 가르며 배가 질주했다. 호수 안쪽으로 들어가니 첩첩산중 진풍경이 나타났다. 석회암으로 이뤄진 카르스트 지형이 겹겹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켰다. 치우란 호수를 베트남 하롱베이, 중국 구이린(桂林)에 견주는 이유를 알 만했다.

호수에는 기암괴석이 많다. 삼 형제 바위.

호수에는 기암괴석이 많다. 삼 형제 바위.

1시간 쯤 달린 배가 바위 틈으로 쏙 들어갔다. 수직으로 쭉쭉 뻗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세계가 나타났다. 가볍게 물 찰랑이는 소리 외에는 무음에 가까운 평화로운 호수 속 명당이었다. 작은 목소리도 메아리쳐 울렸다. 호수로 뛰어들고픈 생각이 들었으나 수심이 70m가 넘는다는 말을 듣고 배에 머물렀다.

관광객이 묵을 수 있는 수상가옥.

수상가옥에 묵는 사람 대부분은 태국인이다.
호수에서 본 잉어 떼.
카오속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시체꽃 '라플레시아'. [사진 카오속 국립공원]

배를 타고 인근 섬 선착장으로 갔다. 수상 가옥이 줄지어 있고, 작은 매점과 식당이 있었다. 여기서 쉬고 있는 관광객 대부분은 태국인이었다.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수상 가옥 내부는 세 평 쯤 돼 보였는데 의외로 습하지 않단다. 태국인 가족 여행객이 수상가옥 앞에서 카야킹을 즐기고 있었고, 맑은 호수에는 큼직한 잉어 떼가 노니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엔 뱃놀이만 하고 공원을 빠져 나왔지만 사실 카오속 국립공원은 아마존보다 오래된 열대우림을 자랑한다. 무려 1억6000만 년 전에 열대우림이 생겼다고 한다. 깊은 숲속에는 호랑이와 표범, 흑곰 같은 맹수도 많이 살고, 운이 좋으면 시체꽃으로 불리는 라플레시아(Rafflesia)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수라타니 시 안쪽, 타피강에서 본 반딧불이 반짝이는 모습. 배가 흔들려서 사진으로 담기엔 한계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처럼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수라타니 시 안쪽, 타피강에서 본 반딧불이 반짝이는 모습. 배가 흔들려서 사진으로 담기엔 한계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처럼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공원을 나와 수라타니 시에 도착하니 어둑한 시간이었다. 저녁 먹기 전, 수라타니의 멋진 밤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타피강(Tapi river)에서 반딧불이를 보는 보트투어였다. 치우란 호수에서 탄 것보다 더 작은 목선을 타고 천천히 강을 역류했다. 선장이 나무 우거진 방향으로 배를 몰았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불빛이 나무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반딧불이 수백 마리가 서로 신호를 맞춘 듯 동시에 반짝이는 모습이 크리스마스 트리 같았다. 1시간 쯤 배를 타고 강변에 바짝 붙어 반딧불이의 조명쇼를 봤다. 도시에서 10~20분 벗어난 강가에 이런 풍경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수라타니 지역은 굴 양식으로 유명하다. 신선한 생굴을 우리처럼 양념 살짝 찍어서 먹는다.

돼지고기를 바삭하게 튀긴 요리.
전망 좋은 수라타니 '마운틴 뷰' 레스토랑. 수라타니 굴과 다양한 태국 남부식 요리를 판다.
수라타니 시에서는 야시장을 가봐야 한다. 저렴하고 맛난 먹거리가 그득하다.

여행정보

카오속 국립공원은 수라타니 주의 주도 수라타니에서 가깝다. 타이에어아시아엑스(airasia.com)의 인천~방콕~수라타니 노선을 이용하면 편하다. 인천~방콕 노선은 하루 2회, 방콕~수라타니 노선은 하루 6회 운항한다. 보트투어나 1박 이상 숙박하는 프로그램은 투어 업체 홈페이지(khaosoknationalpark.com)를 참고하면 된다. 기타 여행 정보는 태국관광청 홈페이지(visitthailand.or.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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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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