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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못지 않게 막대한 경제 효과 낳는 '아트 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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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허유림의 미술로 가즈아(4)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메인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패럴림픽 폐막식 끝을 알리는 불꽃이 터지고 있다. [중앙포토]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메인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패럴림픽 폐막식 끝을 알리는 불꽃이 터지고 있다. [중앙포토]

패럴림픽 폐막식을 끝으로 지구촌 겨울 스포츠 축제가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국내외 사정으로 흥행을 장담할 수 없었던 동계올림픽은 역사상 음식과 경기장 빙질이 가장 뛰어났다는 극찬을 받았다. 관련 지자체와 기업들은 ‘평창 효과’를 톡톡히 보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언론은 평창동계올림픽의 간접 경제효과가 지금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국내 100대 기업인지도는 1% 상승해 11조 6000억원의 브랜드 상승효과를 가져오고, 평창이 관광 산업지로 거듭나면서 10년간 43조 8000억원의 관광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인지도가 낮았던 노르웨이 릴리함메르나 일본 삿포로도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 관광지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간접 경제효과 중엔 한 나라의 문화가 단순히 소개되고 보이는 것을 넘어, 향유하고 소비되는 대상이 된다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많은 국가는 큰 규모의 국제적인 행사를 자국에서 개최하려 애쓴다. 평창이 3번의 시도 끝에 올림픽을 개최한 사실과 총 12년의 세월 속 많은 우여곡절 끝에도 행사를 잘 치르러 했던 이유도 그랬다.

미술 분야도 경제적 유발 효과 창출 

재미있는 사실은 큰 국제 행사로 발생하는 간접 경제 효과가 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술 분야도 스포츠 못지않게 막대한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경제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제프리 삭스(Jeffry Sachs)는 “국제 미술 행사의 분포도가 지구촌 30개 부자나라의 분포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정기적으로 수십 개에서 수백개의 갤러리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작품을 거래하는 미술 장터인 아트페어가 2001년 총 55개에서 2008년에는 205개, 10년이 지난 2018년 현재 300개를 넘어섰다.

Yoichi Umetsu, Unknown (1940’s flavored landscape painting), 2017 ©Yoichi Umetsu, Courtesy of URANO

Yoichi Umetsu, Unknown (1940’s flavored landscape painting), 2017 ©Yoichi Umetsu, Courtesy of URANO

이 중 프랑스의 피악(FIAC), 미국의 아트 시카고(Art Chicago)와 함께 세계 3대 아트 페어로 손꼽히는 아트바젤(Art Basel)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트 페어다. 40년 넘게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단 4일간만 열리는 이 행사는 세계 미술계를 주도하는 갤러리, 컬렉터, 미술 애호가들의 만남의 장이자 새로운 혁신 예술이 선보이는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후 2002년 미국 플로리다 주의 관광, 휴양 도시 마이애미비치에서 '아트 바젤 인 마이애미비치'를 열었고, 2013년에 홍콩에서 '아트 바젤 인 홍콩'을 개최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아시아 최대 미술 이벤트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in Hong Kong)’이 올해도 어김없이 홍콩섬에 착륙한다. 매년 1주일 동안 작은 섬을 아시아 예술 중심지로 변모시키는 이 행사는 이제 홍콩의 사회적 성격을 ‘문화적, 예술 도시로 변모시켰다. 미술시장의 붐과 함께 홍콩이 더욱 단단한 경제력을 확보하고 명성과 지위를 얻고 있음은 물론이다. 총 32개국 249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미술 장터엔,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알베르토 자코메티 (Alberto Giacometti), 아이웨이웨이(Ai Weiwei),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등 20세기를 주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2018 아트바젤 홍콩를 파헤쳐 보자.

Lu Pingyuan, "Look, I'm Picasso!", 2017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Lu Pingyuan, "Look, I'm Picasso!", 2017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gallery

홍콩을 예술 도시로 변모시킨 '아트 바젤 홍콩'

페어는 갤러리즈, 인사이트, 디스커버리, 엔카운더, 캐비넷 총 5개 섹터로 이루어져 있다. <갤러리즈>에는 올해 처음 참석한 갤러리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갤러리까지 모두 모여 자신들의 부스에 최상의 페인팅, 조각, 드로잉, 설치, 포토그래피, 비디오와 판화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인사이트>에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주목 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고, <디스커버리즈> 섹터에서는 신진작가들의 개인전을 만나볼 수 있다. <엔카운터>는 대형 사이즈의 설치물과 장소 특정형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서는 총 12개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캐비넷 섹션은 미술사적 접근을 기반으로 아트페어의 미술사적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원래는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 선보이고 있는 기획전이었지만 작년부터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이 섹션이 마련된다. 캐비넷 섹터에서는 아라리오 갤러리의 전속 작가 김구림과 국제 갤러리의 김용익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의 초기작품부터 최근작에 이르는 작업 전반이 소개된다.

아트바젤 홍콩 2016.  [사진제공=아트바젤]

아트바젤 홍콩 2016. [사진제공=아트바젤]

다양한 구성과 볼거리로 눈을 즐겁게 하는 아트페어에 대부분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아트페어는 그림을 보고,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장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행사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운 작품들은 작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언어로 시대를 해석한 오늘을 엿볼 수 있는 눈이다. 시대를 바라보고 해석한 눈이 반영된 작품에는 그 당시의 경제와 사회 문화 가치가 녹아있다.

결국 작품을 사지 않아도 페어 방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시대를 바라보는 눈, 오늘날의 가치를 읽어내고 세상의 흐름에 대한 체험이다. 미술과 경제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그 시대의 사회적 가치, 작가의 미학적 가치가 들어있는 작품이 오늘날의 경제현상을 담고 있다. 설명될 수 없을 만큼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아트페어가 이러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패러다임 속 예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역사 깊은 페어와 달리 상업성만을 띈 조악한 행사도 많기 때문이다. 국제적 명성이 자자한 페어일수록 참가 조건이 까다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여유가 있다면 아트페어에서 미술품을 직접 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안정된 작품을 사고 싶다면 몇 가지 숙고를 해야만 한다. 첫째는 미술사적 가치를 지닌 그림을 사고 둘째는 늘 보아도 좋은 작품을 사는 것이다. 절대 손해 보지 않는 투자처가 바로 미술사적 가치를 지닌 작품들은 한정된 작품 수로 전 세계 미술가와 컬렉터에게 언제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kimkulim.__Yin_and_yang 16-S. 58. 2016. ©Arario Gallery

kimkulim.__Yin_and_yang 16-S. 58. 2016. ©Arario Gallery

5개 섹터 중 갤러리즈 공간에는 가고시안과 같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탑 갤러리부터 올해 처음 페어에 참여하는 신진 갤러리까지 개성 강한 다양한 갤러리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페어 참여 심사가 까다로운 만큼 올해 처음 참여하는 갤러리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총 11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한국은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갤러리, 국제·티나킴 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PKM, 리안갤러리와 더불어 올해 처음으로 부산 조현화랑, 갤러리바톤, 대구 우손갤러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첫 참여로 갤러리 이름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조현화랑, 대구 우손갤러리의 경우 함께 하는 작가를 각각 이배, 이강소 한명으로 선정, 관람객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어떨지 궁금하다.

Kim_Yong-Ik_KYI-Despair Completed #3, 1990-2002. ©Kukje Gallery _ Tina Kim G_

Kim_Yong-Ik_KYI-Despair Completed #3, 1990-2002. ©Kukje Gallery _ Tina Kim G_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 만큼이나 참관자들에게도 열정 어린 참여와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람객과 갤러리 관계자들에 섞여 작품 관람을 하는 것은 평소 미술관 관람과는 전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총 3층으로 구성된 건물 속 248개 갤러리가 자랑하는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편안한 신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작품에 취해 관람하다 보면 가벼운 휴대폰조차도 무겁게 느껴지므로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꾸리는 것이 좋다. 또 3일간의 짧은 시간에 248개 갤러리를 다 볼 수 없기에 사전 조사를 통해 먼저 방문할 갤러리를 찾아 두는 것도 유용하다.

미술 시장의 최전선에는 아트페어가 있다. 세계화된 미술 시장의 전략과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는 아트페어에는 문화 산업 이벤트로서의 현대 미술과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32개국 총 248개의 세계적인 유수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홍콩 아트바젤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다음 호에 현장 이야기를 전하도록 하겠다.

아트바젤 홍콩 (ART BASEL HONG KONG)

-일시: 2018. 3. 29(목) ~ 3. 31(토)
-VIP 대상 프리뷰: 3. 27(화) ~ 3.28(수)
-베르니사쥬 오프닝파티: 3. 28(수), 5pm-9pm
-장소: 홍콩 컨벤션&전시 센터 (1 Harbour Road, Wanchai, Hong Kong)

허유림 RP' INSTITUTE. SEOUL 대표 & 아트 컨설턴트 heryu122982@gmail.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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