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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하노이 왕복 저비용항공 38만원 … 5만원만 더 내면 안락한 A350 타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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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호 21면

최승표의 슬기로운 혼행생활

업무 대부분이 국내외 출장인 비자발적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이자 여행지에서의 고독을 즐기는 혼행 예찬론자입니다. 10년 넘는 여행기자 생활에서 터득한 혼행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저비용항공 수하물·기내식 등 유료 #왕복 10만원 추가돼 돈 더 들 수도 #두 다리 펴는 비상구 좌석이 명당 #대형 기종은 중앙 복도석이 편리 #출발일까지 옆자리가 남은 경우 #체크인할 때 1만~5만원에 ‘떨이’

“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몇 초보다 더 큰 해방감을 주는 시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 쓴 것처럼 300t이 넘는 쇳덩어리에 몸을 싣고 1만m 상공을 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고 낭만적인 경험이다. 하나 혼행족에게 비행기 여행은 다른 의미일 때가 더 많다. 항공료가 여행 경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비행 중 컨디션이 여행 전체를 좌우할 수 있어서다. ‘짠돌이 여행’도 좋다. 그러나 여행의 고수라면 자신을 혹사하지 않는 기술 또한 필요하다.

항공권 싸게 사기

저비용항공은 항공료 자체는 저렴하지만 위탁 수하물, 기내식 등에 추가 비용이 붙는다. 좌석 간격도 비좁은 편이다.

저비용항공은 항공료 자체는 저렴하지만 위탁 수하물, 기내식 등에 추가 비용이 붙는다. 좌석 간격도 비좁은 편이다.

“한국 출발 항공권은 출발 21주 전에 사야 가장 저렴하다.”

지난 1월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2016~2017년 데이터를 토대로 발표한 내용이다. 그러나 평균에는 함정이 있다. 가령 오는 9월 추석 연휴 유럽 항공권을 21주 전인 5월 1일 사는 것이 가장 쌀까? 아니다. 저렴한 항공권은 이미 동났다. 실제 항공요금을 따져보자. 3월 23일 스카이스캐너를 검색하니 오는 27일 출발하는 인천~삿포로(札幌) 항공권의 최저가가 13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21주 뒤인 8월 말 삿포로행 항공권은 30만원 선이었다. 항공료는 목적지와 여행 시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항공권 싸게 사는 법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항공사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비수기를 노리고, 서둘러 예약하라는 팁 정도는 여행 좀 다닌다면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항공요금은 수시로 변한다. 항공요금을 결정하는 요소가 워낙 다양해서다.

혼행의 장점이 이때 드러난다. 도쿄의 미쉐린 3스타 스시 레스토랑을 예약했거나 브라질 리우카니발에 가려고 적금을 든 게 아니라면, 여행 계획이 유연하기 때문이다. 친구·가족과 일정을 조율하느라 애먹을 일이 없으니 도쿄보다 항공권이 저렴한 홍콩을 갈 수도 있고, 파리 가는 땡처리 항공권이 눈에 띄면 과감히 ‘지를’ 수도 있다. 늦게 일어나는 새가 벌레(싼 항공권)를 잡아먹을 때도 있다.

배꼽이 더 큰 저비용항공

저비용항공(위쪽) 요금에 조금만 더 보태면 기내 환경이 훨씬 쾌적한 에어버스 350 같은 최신 기종을 탈 수 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저비용항공(위쪽) 요금에 조금만 더 보태면 기내 환경이 훨씬 쾌적한 에어버스 350 같은 최신 기종을 탈 수 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비행 6시간 이내의 최저가 항공권은 저비용항공 몫이다. 그러나 정작 최저가가 아닐 수 있다. 위탁 수하물, 기내식 등이 유료이어서다. 일본의 저비용항공사 피치항공은 위탁 수하물 3만4500원(20㎏), 기내 도시락 1만3000원, 생수 2000원을 받는다. 왕복 10만원 가까이 추가된다.

저렴한 항공편은 출발과 도착 시각이 불편할 때가 많다. 오전 7시 이전에 출발하고 자정께 도착하는 비행편이 적지 않다. 이 시간에 대중교통이 있을 리 만무하다. 택시를 타거나 직접 운전해서 공항을 오가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노숙하거나 탑승장 안쪽 캡슐호텔을 이용하는 여행자 대부분이 새벽에 출발하는 저비용항공 승객이다.

외려 보잉 787·에어버스 350 같은 신기종이 유리할 수 있다. 두 기종 모두 소음이 적고 기압이 낮다. 기내 습도도 약 20%로 다른 비행기보다 높다. 일반석 앞뒤 좌석 간격이 81~86㎝로, 73㎝(피치항공 기준)인 저비용항공보다 넉넉하다. 대한항공·영국항공·에어캐나다가 보잉 787을, 아시아나항공·델타항공·베트남항공이 에어버스 350을 한국 노선에서 운항 중이다.

가격 차이도 크지 않다. 이를테면 3월 27일 오전 6시 25분 출발 인천~하노이 비엣젯항공(베트남 저비용항공)은 왕복 최저가가 38만원이다. 여기에 5만원만 더 내면 에어버스 350 기종의 베트남항공을 이용할 수 있다. 출발 시각은 오전 10시 25분이다. 물론 기내식, 수하물 모두 무료다.

명당 좌석 찾기

혼행족에게 추천하는 일반석은 30K, 42A, 32D이다. 30K와 42A는 비상구 좌석이고, 32D는 복도석이다. 비상구 좌석에서도 화장실 앞은 비행 내내 북적인다. 벌크헤드석(30, 42번 D∙E∙F∙G)도 공간이 넓지만 갓난아이가 탈 확률이 높다. 복도석은 측면보다 중앙 쪽이 낫다. 화장실 앞에 있는 41번 좌석은 뒤쪽으로 덜 젖혀져 불편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혼행족에게 추천하는 일반석은 30K, 42A, 32D이다. 30K와 42A는 비상구 좌석이고, 32D는 복도석이다. 비상구 좌석에서도 화장실 앞은 비행 내내 북적인다. 벌크헤드석(30, 42번 D∙E∙F∙G)도 공간이 넓지만 갓난아이가 탈 확률이 높다. 복도석은 측면보다 중앙 쪽이 낫다. 화장실 앞에 있는 41번 좌석은 뒤쪽으로 덜 젖혀져 불편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비행기 여행의 성패는 자리가 좌우한다. 요즘은 항공권 구매와 동시에 좌석을 지정할 수 있다. 인기 자리는 웃돈을 받기도 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자리에 따라 1만~3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두 다리 쭉 뻗을 수 있는 비상구 좌석은 최고 명당이지만 아무나 앉을 순 없다. 15세 이상에 신체가 건강하며, 외국 항공사의 경우 승무원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긴급 상황에서 승무원을 도와야 해서다.

추가 비용이 부담스러워도 자리 물색을 포기해선 안 된다. 출발 전, 공항 데스크에 요청해보자. 주변에 갓난아이나 단체여행객이 없는 ‘조용한’ 자리를 요청하면 공항 직원이 이를 감안해서 자리를 잡아준다. 늦어도 출발 3시간 전 공항에 도착하고, 체크인 수속을 마쳐놓는 준비가 필요하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복도석이 낫다는 건 상식이다. 화장실을 여러 번 들락거려야 해서다. 한데 복도석에도 차이가 있다. 좌석 배열이 3-3-3 혹은 3-4-3인 대형기종은 양 측면 복도석보다 중간 복도석이 낫다. 측면 복도석은 안쪽에 다른 승객 두 명을 신경 써야 하는 반면, 중앙 복도석은 가운데 자리 승객 한 명만 고려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가운데 자리는 가장 인기 없는 자리여서 빌 때가 많다.

옆자리 비우기

몇 해 전 영국 런던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였다. 대한항공 보잉 747 기종이었는데, 측면 3열 좌석의 가운데 자리를 배정받았다. UFC(미국 이종격투기 단체) 헤비급 선수 마크 헌트를 닮은 덩치들이 양옆에 앉았다. 영국에서 경기를 마치고 고국으로 가는 통가 럭비선수들이었다. 전봇대만 한 다리가 수시로 내 자리로 넘어왔고 어른 허벅지만 한 팔뚝이 양쪽에서 조여왔다. 뭐라 말도 못하고 12시간을 견뎌야 했다.

일반석은 사실 기종보다 자리가 더 중요하다. 아니 옆자리에 누가 앉느냐가 더 중요하다. 럭비선수나 코골이 아저씨 틈에 끼어 있다면 최신 기종을 탔어도 고역이다. 좌석이 텅텅 빈 낡은 비행기가 훨씬 낫다.

혼행족에겐 옆에 승객이 없는 자리가 최고의 명당이다. 한 열을 통째로 침대처럼 쓴다면 비즈니스 좌석이 부럽지 않다. 이런 여행 심리를 읽은 항공사들이 최근 ‘옆자리 구매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리 구매한 좌석의 옆좌석을 비워두는 기발한 서비스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은 노선에 따라 1만~5만원을 받고 미리 구매한 자리의 옆자리까지 판다. 미리 살 순 없다. 출발 당일까지 옆자리가 남은 경우에 한해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판다. 일종의 ‘떨이 좌석’이다.

기내 필수품 직접 챙겨가기

홀로 비행기를 탄다면 챙길 게 많다. 양말·안대·칫솔 등이 담긴 주머니를 주는 항공사도 있지만, 요즘에는 비용 절감 때문에 줄이는 추세다. 저비용항공사는 기내에서 1만~2만원을 받고 어메니티 키트를 판다.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도 많아 아예 필수품은 집에서 챙겨가는 게 속 편하다.

기내에서 구할 수 없는 요긴한 제품도 많다. 나로서는 비염 때문에 가습 마스크를 늘 챙긴다. 마스크 안에 물에 적신 솜을 넣어 가습기 효과를 낸다. 장거리 비행 때는 목베개도 필요하다. 튜브처럼 바람을 불어넣는 극세사 재질의 베개를 쓴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500원 주고 샀다. 인천공항 여행용품 상점에서 비슷한 제품을 2만2000원에 판다. 이어폰도 필수품이다. 항공사에서 나눠주는 이어폰은 음질이 엉망이고 출력도 낮다.

장거리 비행 때는 최대한 편한 복장을 한다. 몸에 꽉 끼는 청바지나 까슬까슬한 니트는 피한다. 책 한두 권도 꼭 챙긴다. 천명관 소설 같은 몰입도 높은 책을 즐겨 읽는다. 평소 못 읽던 두꺼운 인문학 서적을 챙긴다는 사람도 있다. 웬만한 수면제보다 효과가 좋단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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