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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는 예술이 아니다"…미투 공동 대응 나선 이화여대 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피해호소 학생들의 2차 피해 방지를 보장하라!” “학교 당국은 학내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응답하라!”

학교 당국에 '교수 성폭력' 구체적 해결책 요구 #"피해자들의 신상 보호·2차 피해 방지 보장하라" #이화여대 "가해자 지목 교수 수업배제·진상조사 착수"

최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잇따라 교수들에 대한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학생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학생들이 직접 미투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히면서 학교 측에 교수 성폭력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이화여대 음대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이화여대 음대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음악대학 학생대표단 등으로 구성된 ‘이화여대 음악대학 관현악과 성폭력 사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3일 정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19일 이화여대에서는 음악대학 관현악과 S교수가 제자인 학생들을 체형을 교정하고, 악기 연주를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어 다음날에는 조형예술대학 K교수가 엠티나 전시회 뒤풀이 등에서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측이 교수 성폭력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교수 성폭력 사건은 ‘권력형 성폭력’ 문제로, 교수와 학생이란 권력-피권력자 관계로 문제가 쉽게 드러나기 힘들다”며 “교수는 이런 위치를 이용해 그간 셀 수 없이 많은 학생에게 몇십 년간 성폭행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소수과이자 졸업과 진로를 위해 교수의 직접적 평가가 중요한 예술대, 음대의 특징을 악용했다”라며 “K교수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S교수는 시치미를 떼고 있다. 교수 제자라는 관계를 이용해 학생들을 성적 착취하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비겁자”라고 덧붙였다.

또 학교 측이 학생위원을 포함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교수들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안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교수 성폭력 문제는 해당 교수가 괴물이어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제도가 젠더 권력과 맞물려 일어난다"면서 "학생의 피해를 다루는데 학생이 참여할 수 없는 징계위원회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이화여대 음대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이화여대 음대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우민주 조형예술대학 학생회 공동대표는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학생의 학업과 진로까지 인질로 잡았다. 피해자들은 사회적 부담과 함께 학업과 미래까지 단절될 수 있다는 사실까지 감수해야했다”며 “교수들은 예술이라는 그늘에 범죄행위를 숨기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유해인 음악대학 학생회 공동대표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S교수는 ‘내가 하는 모든 행위는 모두 너희를 위한 것이다’라고 합리화했지만, 학생들에게 성추행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교수들의 신속한 처벌과 함께 피해자 신변 보호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이화여대 음악대학 S 교수 연구실 앞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권유진 기자

23일 오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이화여대 음악대학 S 교수 연구실 앞에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 권유진 기자

이날 일부 학생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연구실 앞에 수백 건의 ‘포스트잇’과 함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꿈을 이용하지 마세요”“사람 말고 악기를 만지세요”“우리가 증인이자 증거이며 목격자” 등의 내용이다.

이화여대 측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교수 2명을 수업에서 배제하고 진상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결정을 내렸다. 성희롱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최규진·권유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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