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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주석 만난 文대통령 "양국 불행한 역사에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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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한국과 베트남이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트남 주석궁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이 23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 회담장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뒤 두 손을 마주 잡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이 23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 회담장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뒤 두 손을 마주 잡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참전과 그 과정에서 빚어진 민간인 학살 등의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도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의 영상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은 한국에게 특별한 나라이고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라고 전제한 뒤 “어제 23세 이하 베트남 축구대표 선수들을 만났는데 선수들이 땀 흘려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베트남 양국이 힘을 모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한-베트남 매직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경제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경이로운 성장을 거뒀다. 특히 2009년 이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ㆍ발전시켜 오고 있다”며 “현재의 속도라면 2020년까지 양국 간 교역 1000억 달러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며 내년 중 베트남이 우리의 3대 교역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미래공동체 구상을 발표해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포괄적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핵심 파트너이자 아세안의 중심 국가인 베트남과의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양국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더 격상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꽝 주석은 "훌륭한 말씀 감사하다"고 짧게 화답했다.

꽝 주석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베트남의 무술년 첫 외국 국빈인 문 대통령의 방문은 양국이 지난해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제반 분야에서 효용적이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양국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동력을 마련해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역내와 세계의 평화,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성과를 이루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꽝 주석은 “이 기회를 빌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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