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노동조합이 추진해 온 근로자 추천 이사제가 또 한 번 무산됐다.
권순원 교수 사외이사 선임 부결…찬성 4% #지난해 찬성했던 국민연금도 돌아서 "검증 안돼"
KB금융은 23일 주주총회에서 KB국민은행 노조 및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권순원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찬성률은 4.23%에 그쳐 부결됐다. KB금융은 지난해 11월에도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찬성률은 13.73%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68%)이 찬성했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반대로 돌아섰다. 주총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는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고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KB금융 이사회는 공시를 통해 노조가 주주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사회가 공시로 반대 의견을 표한 데 대해 본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는데 본인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주주 전체 이익 제고에 도움이 되는 주주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제안한 다른 안건도 모두 부결됐다. 공직·정당 활동을 한 사람은 3년 이상 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낙하산 방지)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윤 회장의 사추위 참여 제한)을 정관에 못 박자는 안건이다. 찬성률은 각각 4.29%, 31.11%로 모두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노조가 제안한 안건에 모두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외국인 주주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0%에 이른다.
KB금융은 이날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등 신임 사외이사 3명을 선임했다. 임기는 2년으로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재선임된 사외이사는 유석렬, 박재하, 한종수 등 3명으로 임기는 1년 남았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