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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인 “이 나라엔 표현의 자유 없다”

중앙일보

입력

아동 성폭행범인 조두순을 캐릭터화해 자신의 웹툰에 등장시켜 논란에 휩싸였던 만화가 윤서인씨가 “이 나라에는 이미 표현의 자유는 없다”고 말했다.

윤씨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라며 “내가 좋아하는 표현을 맘껏 하는 게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표현도 존재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그렇게 도에 지나치면 안되지’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이미 표현의 자유는 사라지고 없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은 도가 아니라 법이어야 한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누구나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표현의 영역에서 ‘자율규제’란 국민이 서로서로 자율적으로 감시하고 규제하는 공산주의식 5호담당제나 다름 없다. 자율규제란 알고보면 자율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라며 “권력이나 언론 등 기득권들에 의해 자율로 포장된 탄압이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공산주의식 국민 자율감시가 알고보면국민들의 자율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는 이미 표현의 자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지난달 23일 한 매체에 연재하는 정치풍자 웹툰에서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이 딸에게 누군가를 소개하면서 ‘딸아 널 예전에 성폭행했던 조두숭 아저씨 놀러 오셨다’고 말하는 내용을 담았다.

피해자를 우롱했다는 논란이 일자 윤씨는 “만평에서 조두순은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풍자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심정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윤씨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어떤 만화가를 섭외하고 어떤 내용의 만평을 게재하느냐는 언론의 자유 영역이며 만화가가 어떤 내용의 만평을 그리느냐는 예술의 자유 영역”이라면서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또 “청와대는 개별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나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한 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피해자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해당 만평에 대한 피해자 측 대응은 아직 없다”며 “조두순 사건 피해자의 문제 제기 없이 처벌이 어렵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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