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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강경파가 물러간 자리에 초강경파 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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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강경파가 물러간 자리에 초강경파가 왔다."(디 아틀랜틱)

트럼프, 22일 트위터로 "볼튼이 새 안보보좌관" #볼튼 대북 초강경파..."북한 선제공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후임으로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명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존 볼튼이 (다음달 9일부터) 나의 새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 매우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영원한 나의 친구로 남을 맥매스터의 봉사에 매우 감사하다는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트위터 한 방으로 경질한 데 이어 열흘도 안 돼 '트위터 경질 2탄'을 날린 셈이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지명된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 [연합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지명된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 [연합뉴스]

맥매스터는 그동안 북한에 대한 '코피 작전(제한적 선제타격) 검토'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볼튼은 검토 수준이 아니라 '선제 공격 불가피'를 공개적으로 외쳐 온 '위험 인물'이다. 북미 정상회담 발표 이후에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북한이 결승선(핵으로 미 본토 타격)을 몇 미터 앞두고 왜 멈추겠느냐"고 한마디로 무시한 바 있다.

사실 맥매스터의 경질은 예상됐던 수순이다. 3성 현역 장성인데다 워낙 성격이 직선적이라, 바른 소리 하는 걸 싫어하는 트럼프와는 잘 맞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맥매스터가 너무 경직돼 있고, 브리핑이 너무 길고, 상관이 없는 것들을 한다는 불평을 해 왔다"고 보도했다.

맥매스터 경질과 존 볼튼 보좌관 임명을 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트위터 캡처]

맥매스터 경질과 존 볼튼 보좌관 임명을 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트위터 캡처]

다만 굴욕감을 주지 않는 시점에 물러나도록 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따라서 오는 7월 4성 장군인 주한미국사령관으로 승진, 이동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다소 이른 교체가 이뤄지게 된 것은 트럼프의 신임이 두터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뜻이 실린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맥매스터의 주특기가 정훈·교육인 만큼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교장으로 갈 것이란 이야기가 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맥매스터 본인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백악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 17~1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맥매스터'의 한·미·일 NSC 책임자 간 회동이 이뤄진 것은 사실상 '작별 모임'의 성격이 강했다"고 전했다.

맥매스터의 후임으로 지명된 볼튼은 맥매스터에 비하면 '지략적 강경파'다. 북한에 대해선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긴다.

그는 지명 이틀 전인 지난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선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미·북정상회담은 매우 짧은 회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회담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려고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은) 진정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다"고도 했다.

22일 경질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보좌관 [AP=연합뉴스]

22일 경질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보좌관 [AP=연합뉴스]

볼튼은 정상회담 개최 자체에 대해선 트럼프의 결정을 존중해서인지 "전례없는 발전"이라고 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대북특사단이 돌아와 북한과 합의한 6개 항목을 발표한 직후 있었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전략적 행위"라며 아예 의미를 두지 않았다. 과거 26년 간 해 온 핵무기 개발을 멈출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세계 최고의 사기꾼들"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 인터뷰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트럼프와 면담했다. 볼튼은 또 지난 20일 인터뷰에선 "미·북 정상회담에선 13~14년 전 리비아의 핵무기를 폐기하고 미국 테네시의 한 창고에 리비아의 핵 시설물을 보관하는 것과 비슷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핵 폐기를 완전히 보장받지 않는 협상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볼튼이 백악관 NSC 책임자로 들어서며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정상회담이 제대로 안 될 경우 대북 선제 타격을 불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각에선 볼튼이 '행정부 밖'에선 강경론을 펼쳤지만 현실 외교 안에선 타협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워싱턴의 주된 시각은 "볼튼은 트럼프로 하여금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전면 양보를 밀어부치게 한 뒤 안 되면 군사행동 옵션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어차피 북한과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연말이면 북한이 미 본토까지 도달할 핵 운반수단을 완성할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 볼튼은 최근 "정상회담이 실패한다면 군사적 옵션이 시행될 것인가"는 질문에 "난 군사적 행동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군사적 행동은 매우 위험하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갖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군사행동이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란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그는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미국의 대북 경제협력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20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미국이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경제지원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 북한에는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것 자체가 행운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경제발전을 원한다면 한국 정부와 통일을 논의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고 했다.

결국 향후 관건은 맥매스터와 끈끈한 팀워크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던 정의용 실장이 어떻게 볼튼과 새로운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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