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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일단 피했지만...FTA서 자동차 추가 양보할 듯

중앙일보

입력

한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을 일단 비껴갔다. 철강 관세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연계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담긴 조치다. 한국이 철강 관세의 최종 면제국에 포함되려면 자동차 산업 등 일부 분야에서 ‘양보’해야 할 상황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 대표. [EPA=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 대표. [EPA=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한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6개국과 유럽에 대해 관세 부과를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USTR은 국가별 면제 협상을 4월 말까지 끝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한국 등 6개국과 유럽에 관세 부과 잠시 중단" #4월말까지 협상 계속할 듯 #한미FTA와 연계..한국 차 시장 개방 압박 '포석'

앞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국이 관세 유예 대상에 포함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21일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한국,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의 요청으로 면제협상을 논의 중”이라며 “브라질과도 협상할 예정이며, 4월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합의에 따라 일부 국가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현재 고려 중인 일부 국가들에 한한 것으로, 다른 국가들은 예정대로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23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미국은 협상 기한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철강 관세의 최종 면제국에 포함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할 전망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철강 관세 면제 여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 달렸다”라며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 관세 문제와 한ㆍ미 FTA 재협상이 연계돼 있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철강 관세 면제 대신 다른 것을 내놓으라’는 메시지다.

이 때문에 한국이 한ㆍ미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를 추가 개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에 ‘개선’을 요구하는 분야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및 부품산업이 거둔 대미 흑자는 177억5000만 달러다.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6000만 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안전ㆍ환경 기준의 문턱을 낮출 걸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미국산 자동차에 국내 안전기준 미적용 쿼터를 2만5000대 할당하고 있는데, 이 쿼터를 늘리거나 아예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다.

정부는 철강 관세 면제를 최우선으로 삼고,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실익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원한 통상당국 관계자는 “국내 시장을 더 개방하더라도 산업의 피해가 크지 않다면 전략상 열어주고 다른 분야에서 이익을 얻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내에 미국산 자동차가 더 많이 들어오더라도 국내 수입차 시장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점유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장을 개방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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