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장청구권 삭제 안돼”…검찰총장-지검장 회동

중앙일보

입력 2018.03.23 07:00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을 삭제한 청와대 개헌안에 대한 검찰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직검사들 ‘반대 글’ 올려…댓글도
“인권보호 위해 영장청구권 가져야”
문무일 총장은 지검장들 소집해 논의
“경찰은 검찰의 사법통제 받아야”

현직 검사들은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개헌 반대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검찰 수뇌부도 대검에 모여 대책을 숙의했다. 검찰개혁 현안과 관련해 그동안 입장표명 등에 조심스러워하던 검찰이 목소리를 내면서 본격적인 대응 기류가 형성되는 것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서현욱(43ㆍ사법연수원 35기)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 검사는 21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헌법상 검사 영장청구 조항 삭제에 우려를 표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 검사는 “국민을 지금보다 쉽게 수사하는 것이 검찰개혁으로 둔갑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썼다. 해당 헌법 조항은 무분별한 영장청구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인권보장 장치인데, 이를 헌법에서 삭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헌법은 그 나라 고유의 역사적 산물”이라며 “다른 나라에 거의 없는 조항이라는 이유로 삭제해야 한다면, 전 세계에 남아있을 헌법 조항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글에는 지지하는 검사들의 댓글이 30개 이상 달렸다.

같은 날 이형석(34ㆍ변호사시험 1회)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도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이 헌법에서 삭제될 경우 변화될 모습 등에 관해 국민들께 설명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설명 없이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정’이라는 이유로 개헌이 진행돼서는 안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도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일 청와대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헌법에 영장청구 주체 규정을 두는 나라가 거의 없다”(조국 민정수석)고 이유를 말했다.
다만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이 헌법에서 삭제된다 하더라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그대로 유효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조 수석은 “형사소송법에 영장청구권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는 국회가 결정할 몫”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검찰청 앞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 앞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은 21일 저녁 수도권 등 일부 지검장 6~7명을 대검으로 불러 회의를 가졌다. 대검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월례 회의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경찰은 사법기관이 아니므로 영장 청구와 같은 사법작용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사법통제를 받아야 한다”, “헌법에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둔 것은 이를 정치권에서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문 총장 역시 이에 동의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앞서 문 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나와 “경찰의 강제수사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의 영장심사 권한은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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