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몰리고 핀잔 듣고 … 자원봉사자도 위로가 필요하죠

중앙일보

입력 2018.03.23 02:04

업데이트 2018.03.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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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2일 용산구자원봉사센터에서 감정코칭 강좌 수강생과 강사(왼쪽)가 명상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2일 용산구자원봉사센터에서 감정코칭 강좌 수강생과 강사(왼쪽)가 명상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2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자원봉사센터 교육장. 자원봉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감정코칭’ 강좌가 열렸다. 39명의 자원봉사자와 성장현 용산구청장, 이선영 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용산구, 봉사자 대상 ‘감정코칭’
스트레스 푸는 명상법 등 소개

강의를 들으러 온 자원봉사자들은 저마다 상처받은 경험이 있었다. 부녀회와 여러 단체에서 40년 넘게 봉사활동을 이어온 권윤복(68)씨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몇 년 전 권 씨는 중학교 1학년생 손자를 홀로 키우는 어르신의 집 청소 봉사를 하다가 ‘지갑이 없어졌다’며 도둑으로 몰렸다. 다행히 함께 집 청소를 했던 다른 봉사자가 “지갑을 방 서랍에서 봤다”고 기억했다. 지갑은 서랍 구석에 있었다. 권씨는 “청소를 따라다니며 자원봉사자를 감시하는 분도 많다. 우리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 이런 대접을 받고 봉사를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2016년 발 마사지 봉사에 참여한 김모씨는 “돈 받고 하면서 제대로 좀 하라”는 말을 듣고 ‘이런 소리까지 들으며 봉사활동을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 간 자원봉사에 참여한 비율은 2017년 기준 17.8%으로 2013년 19.9%, 2015년 18.2%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마음 다친 자원봉사자를 돕고 자원봉사 참여를 늘리기 위해 지자체가 나섰다. 용산구는 오는 22일부터 5월 3일까지 전국 최초로 자원봉사자 대상 ‘감정코칭’ 교육을 시행한다. 강의는 ▶관계회복을 위한 대화법 ▶명상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법 ▶긍정에너지 회복하기 등 주제로 매주 목요일 7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봉사자가 먼저 행복해야 수혜자도 행복할 수 있다”며 “감정코칭과 힐링 명상을 통해 소진된 감정을 채우고 여러 갈등 상황도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의 인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수민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사무총장은 “봉사하러 온 사람들은 대체로 마음이 선해서 하대를 당해도 혼자 참는 경우가 많다. 자원봉사자의 인권을 위해 불만 사항을 받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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