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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효과 적은 건 덜 올린 탓, 1만3000원으로 올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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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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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근 길가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앙포토]

홍대 인근 길가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은 2015년 1월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올렸다. 2004년 12월 500원 인상에 이어 10여년 만의 조정이다. 가격을 올린 이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인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WHO 폴 조정관, FCTC 실바 총장 #가격 인상 효과 팩트체크 해보니 #2000원 인상, 경제력 비해 불충분 #물가상승만큼 꾸준히 올려야 효과 #많은 나라가 값 올려 흡연율 낮춰 #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1~2014년 42.2~47.3%에서 2015년 인상한 해에 39.4%로 떨어졌다가 이듬해 40.7%로 올라갔다. 다시 40%대가 됐다. 이 때문에 흡연율 감소 목적은 별로 달성하지 못하고 세금만 늘렸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담뱃값 인상=흡연율 감소'일까

SNU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 로고.

SNU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 로고.

중앙일보는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담뱃값 인상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검증했다. 이의 일환으로 20일 서울 시내 대학가·건설현장 등에서 성인 18명, 20세 전후 청년 20명(2015년 당시 청소년)을 만났다. 16명의 흡연자 중에서 담배를 끊은 사람은 없었다. 상당수는 2000원 인상의 효과에 의문을 표했다.

"하루 한 갑 흡연에 변화가 없어요. 서민일수록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데, 서민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닌가요."(회사원 김지환(26)씨) 

"주머니가 얇은 사람들은 기초연금 같은 거 받아서 담배를 삽니다. 세금만 더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자영업자 이석모(57)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렇다면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효과가 없는 걸까. 저소득 근로자나 노인은 분명히 영향을 받았다. 청소원 이모(53)씨는 "하루 2갑에서 1갑으로 줄였다. 건강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워서"라고 말한다. 모텔 건설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 김모(55)씨는 "가격 인상 때문에 하루 반 갑 줄였다"고 말한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지난달 24일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를 찾아갔다. 비감염성질환 예방 파트의 담배규제 조정관 제레미아스 폴 주니어,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사무총장 베라 루이자 다 코스타 실바 박사를 만나 팩트체크 했다. 다음은 폴 조정관과 일문일답.

제레미아스 폴 주니어 WHO 담배규제경제파트 조정관. 신성식 기자

제레미아스 폴 주니어 WHO 담배규제경제파트 조정관. 신성식 기자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효과가 있나.
가격을 10% 올리면 흡연율을 4%로 낮춘다. 선진국에서 그렇다. 이 중 2%는 흡연량을 줄인 것이다. 
한국은 담뱃값을 80% 올렸는데도 흡연율이 왜 떨어지지 않나.
그건 절대치일 뿐이다. 한국과 경제력이 유사한 나라와 비교해보자. 구매력 지수를 감안한 한국의 담배 가격이 뉴질랜드보다 훨씬 낮다(약 3분의 1). 충분히 올리지 않아서 효과가 덜 난다. 

WHO가 지난해 41개국의 담뱃값을 비교했더니 한국은 28위였다. 41개국 평균(5.9달러)보다 낮다. 27개국이 한국보다 높았다. 호주가 15.8달러로 가장 비쌌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한국보다 높다.

40%인 흡연율을 20%대로 낮추려면 얼마나 올려야 하나.
지금 가격에서 200% 올려야 한다. 이 정도는 최소한이다. 이보다 더 올려야 한다. 어림잡아서 갑당 1만3000원 정도가 돼야 한다.
담배 가격 인상이 서민의 즐거움을 뺏는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건 담배회사의 전략이다. 담배 세금(가격)을 올리되 그 돈을 취약계층의 건강증진에 지원하면 실질적으로 부담이 느는 게 아니다. 필리핀에서 2012년 담배값을 최고 1004% 올려 흡연율이 20% 감소했다. 세금 인상분으로 국민의 40%에게 무료 의료 혜택을 준다.
who FCTC 베라 루이자 다 코스타 실바 사무총장. 신성식 기자

who FCTC 베라 루이자 다 코스타 실바 사무총장. 신성식 기자

다음은 실바 FCTC 사무총장과 일문일답.

담뱃값 인상이 금연 효과가 있나.
청소년과 저소득층은 가격에 민감하다. 단기적으로 담배 사용을 감소시킨다. 한국처럼 10년에 한 번 올리지 말고 물가수준을 반영해서 꾸준히 정기적으로 올려야 한다.
한국의 담배가격을 어떻게 보나.
지금 가격이 적정하냐, 당연히 아니다. 갑당 15달러(1만6000원) 넘는 데도 있다. 한국은 훨씬 더 올릴 여지가 있다. 꾸준히 올려서 담배 구매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WHO뿐 아니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와 WHO가 2016년 공동 발간한 담배 규제의 경제학 보고서도 "가격을 높게 인상하면 담배를 끊게 하고, 잠재적 흡연자를 막고, 소비량을 줄인다"고 권고한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6조는 가격 인상이 담배 소비 감소에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라고 권고한다.

팩트체크

실제로 최근 10년 담뱃값을 올린 나라를 보면 가격 인상이 흡연율을 확실하게 낮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성인 남성 흡연율이 7%p(가격 200% 인상), 미국은 3.7%p(가격 인상 22%), 브라질은 4.4%p(251%), 멕시코는 6.9%p(36%), 터키는 8.8%p(195%) 줄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안희재 인턴기자(고려대 사회4)가 기사 작성을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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