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총리 추천제 거부 … 야당 “권력 분산 의지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18.03.23 01:05

업데이트 2018.03.23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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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통령 4년 연임으로, 총리 추천제는 수용 불가.

조국 “국회 추천 땐 대통령과 갈등
사실상 변형된 의원내각제 해당”

대통령 4년 연임, 결선투표 도입
국가원수 지위 삭제, 사면권 제한
선거연령은 만 18세로 낮춰

청와대가 22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권력구조 분야)의 핵심 내용이다. 20~22일에 걸쳐 발표한 문 대통령 개헌안의 하이라이트지만 야당과 학계에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으려는 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에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대통령 4년 연임제로 바꾸고,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브리핑을 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촛불 혁명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었고, 국민의 민주 역량이 현재의 정치권보다 훨씬 앞서 있다”며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대통령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초안에 병기됐던 총리 추천제는 수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조 수석)고 못 박았다. 조 수석은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추천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지금도 총리 임명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는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작동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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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국가 원수 지위 삭제, 특별사면 제한, 헌법재판소장 선출 시 헌법재판관들이 호선, 현행 헌법에서 총리 역할 중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 등이다. 대통령 소속이었던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하는 내용도 담았다. 조 수석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의 권한이 축소됐다고는 전혀 볼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들은 거의 고쳐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집행부 안에서 책임총리를 둬 권한을 합리적으로 분산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그냥 임명하겠다고 하면 책임총리제가 될 수 없다”며 “청와대가 ‘국민을 믿고 대통령 주도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건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라는 게 촛불혁명의 정신”이라며 “이를 위한 개헌이라면서도 대통령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내려놓은 건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일부 담겼다. 예산심의권을 강화하기 위해 예산 법률주의를 도입하고, 정부가 국회에 입법안을 내기 위해선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한 점 등이다. 그러나 학계에서 “입법은 국회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정부 입법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를 ‘의원 10명 이상 동의’ 조건만 달아 넘어간 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121명이어서 ‘10명’ 조건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선거제도와 관련해선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췄다. 조 수석은 “현행법상 18세는 자신의 의사대로 취업과 결혼을 할 수 있고, 8급 이하의 공무원이 될 수 있으며, 병역과 납세 의무도 지는 나이”라고 말했다. ‘국회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는 선거 비례성의 원칙도 포함했는데, 조 수석은 “20대 총선 때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합산 득표율은 65%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80%가 넘었다”며 “국회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국회 구성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의 개헌안 발표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87년 헌법이 30년 이상의 생명력을 가진 것은 여야 합의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야당을 설득하거나 설명하는 기간도 없이 정부안을 발의해 ‘정치적 목적으로 개헌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성지원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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