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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국제화로 롤모델 KAIST 뛰어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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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토니 챈 홍콩과기대 총장

토니 챈 홍콩과기대 총장

홍콩과학기술대(HKUST)는 1991년 개교한 신생 대학이다. 하지만 영국의 세계 대학평가 기관 QS가 발표한 2018년 아시아대학 평가에서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싱가포르국립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세계 랭킹에서도 30위권이다. 개교 30년이 안 됐지만, 짧은 시간 급성장했다. 2009년부터 홍콩과기대를 이끄는 토니 챈(陳繁昌·66·사진) 총장을 지난 20일 대전 KAIST에서 만났다. 그는 ‘KAIST 비전 2031’선포식 참석차 방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한한 토니 챈 홍콩과기대 총장 #과학연구 사업화 위해 경영대 설치 #한국 대학도 국제협력 지원 늘려야

학교를 소개해 달라.
“홍콩과기대는 출생부터 한국 KAIST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KAIST는 1971년 한국의 산업과 과학기술 발전을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라 알고 있다. 홍콩과기대는 영국의 홍콩반환(1997년)을 앞두고 홍콩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공립대학이다. 중국 본토의 저임금 노동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혁신이 필요했다. 과기대지만 처음부터 경영대학을 두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급성장의 비결이 궁금하다.
“연구 집중과 국제화, 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홍콩과기대의 공식 언어는 영어다. 대학 경영도 미국방식을 도입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과거 150여년간 서구적 문화 속에서 영어를 이중언어로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분야에서 외국 대학과 협력하기가 쉬웠고, 외국의 좋은 교수들을 많이 유치할 수 있었다. 홍콩과기대 교수의 80%가 외지인이다. 환경적·지리적 이점도 작용했다. 홍콩은 지리적으로 이미 국제적 도시였다. 중국의 부상도 영향이 컸다. 중국의 경제가 부흥하지 못했더라면 홍콩과 홍콩과기대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언제부터 급성장했나.
“개교 후 10년 동안은 존재감이 없었지만, 이후부터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e- MBA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지난 10년간 평가에서 여덟 차례나 세계 1위에 올랐다. 외국 학생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홍콩과기대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설립 당시 한국 KAIST를 롤 모델로 삼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KAIST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KAIST가 뒤처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KAIST는 연구 분야에서 잘하고 있지만 국제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이 낮다. 외국대학과 교류 등 국제협력 분야에서도 평가가 낮다. 예를 들어 기후나 에너지 등 많은 분야의 연구에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교수가 국제화돼 있으면, 세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삼성은 세계 곳곳에 뻗어있는 글로벌 회사 아닌가. 학생도 글로벌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토니 챈 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꼭 해야 할 할 말이 있다”고 자진해서 나섰다. “KAIST 총장 자문위원을 6년째 하고 있다. 그간 세 분의 총장을 경험했는데, KAIST가 엄청나게 발전한 것을 목격했다. 삼성 엔지니어의 25%, 한국 전체 공대 교수의 20% KAIST 출신이라 들었다. KAIST가 개교 60주년을 맞는 2031년까지 이룰 ‘비전 2031’이란 도전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KAIST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대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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