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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혼자만의 착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준결승전> ●탕웨이싱 9단 ○안국현 8단

10보(132~148)=바둑이 진행될수록 검토실의 결론은 '탕웨이싱 9단 홀로 잘못된 형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한 수 한 수 반상을 채울수록 변화의 여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바둑이 뒤틀릴 가능성이 없다면, 안국현 8단이 두세 집이나마 남는 바둑이다. 마지막까지 깐깐하게 버티는 것으로 유명한 탕웨이싱 9단이 형세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면, 이렇게 여유만만하게 둘 리가 없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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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싱 9단뿐 아니라, 세계적인 일류 기사들도 형세 판단에서 착오를 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다. 특히 미세한 바둑에서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면, 두 대국자 모두 형세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바둑을 두는 경우도 잦다.

인공지능(AI)과 비교할 때, 사람이 약한 대표적인 분야가 형세 판단이다. 계산에 관한 한 오차가 없는 AI와 달리, 사람의 계산은 항상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숨겨져 있다는 게 사람 바둑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참고도

참고도

실전은 탕웨이싱 9단의 착각으로, 순조롭게 끝내기가 이어지고 있다. 138, 140은 백의 기분 좋은 선수 교환. 147은 약간 깊어 보이지만, 148로 가만히 받아두는 게 정수다. 혼내주겠다며 '참고도' 백1로 막아서면, 흑2~6으로 교묘하게 뒤돌아 빠져나오는 수가 있다. 유리한 안국현 8단으로선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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