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스타 회장 “인내심 갖고 기다리지만 무한정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8.03.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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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오른쪽)과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건에 관한 공동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더블스타는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금호타이어 노조를 만나 설득할 계획이다. [뉴스1]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오른쪽)과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건에 관한 공동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더블스타는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금호타이어 노조를 만나 설득할 계획이다. [뉴스1]

‘유정인종성권속(有情人终成眷属,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같이 있게 된다)’.

중국 업체, 금호타이어에 ‘최후통첩’
30일까지 노조 자구안 내도록 요구
“3년 일자리 보장은 3년뒤 철수 아냐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같이 있게 돼”
중국 속담까지 인용하며 노조 달래

‘근고지영(根固枝榮, 뿌리가 깊어야 가지가 무성해진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柴永森) 회장이 금호타이어 노조에 대한 협조를 구하며 던진 두 개의 메시지다. 차이 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 속담에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같이 있게 된다’는 말이 있다”라며 “(노조가 매각에 찬성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장은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끝이 좋으면 다 좋아’를 중국식으로 번역한 말이기도 하다. 지금은 갈등이 있지만 노조가 동의해 합병에 성공한다면 좋은 것 아니냐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차이 회장은 그러나, 오는 30일까지 노조가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겠지만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함께 간담회에 자리한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이와 관련해 유동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 부행장은 “그간 구조조정의 원칙 없이 (채권단이) 계속 한 달씩 (채권 만기) 연기를 해 주면서 질질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았다”라며 “법정관리보다는 주인을 찾아주는 게 훨씬 나은 대책이기 때문에 버틸 때까지 버틴 것이고, 그 마지노선은 30일”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급여도 제대로 못 주는 상황인데 30일까지 결정하지 못하면 다른 이해당사자(더블스타)의 의지와 상관없이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문제로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먹튀’ 논란과 관련해서 차이 회장은 “뿌리가 깊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사자성어가 있다”며 “금호타이어의 뿌리는 한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호타이어의 독립 경영을 약속했다. 그는 “중국의 지리차가 볼보를 인수했던 식으로 (금호타이어의) 독립 경영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회장은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기술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타이어 업계에서 상생발전하길 기대한다”라며 “거래(인수)가 성사된다면 금호타이어 본사는 한국에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대현 부행장은 “한국GM의 철수는 자동차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 측면에서 봐야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전방 산업(현대·기아차)이 있기 때문에 철수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400억원(더블스타가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입하는 자본)을 넣는데 도대체 뭘 먹고 뭘 튄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차이 회장은 노조의 최대 쟁점 사안인 3년 고용 보장에 대해서도 확언했다. 그는 “3년의 일자리 보장은 국제적인 관례에 따라서 산은과 협약을 맺은 것”이라며 “3년 뒤 철수나 금호타이어를 (중국으로) 옮긴다든가 하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3년 고용 ‘보장’이 아니라 3년 뒤 ‘철수’로 노조가 해석하는 데 대한 반박이다. 차이 회장은 “오히려 금호타이어의 발전과 설비 기술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금호타이어가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그러나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더블스타의 경영 현황과 금호타이어의 향후 10년간 경영계획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관련 자료를 받기 전에는 더블스타 회장과 직접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고 노조와 대화할 의사가 있다면 당연히 향후 10년간의 경영계획과 고용보장에 대한 자료를 준비했어야 한다”라며 “10년간의 경영계획을 요구하는 건 ‘먹튀’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10년 고용 보장을 해줘야 대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차이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조와의 면담을 위해 일단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으로 내려갔다. 더블스타 측은 노조의 자료 요구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고란·윤정민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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