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70년만에 다시 태어난 대구시민야구장 풍경

중앙일보

입력 2018.03.23 00:01

업데이트 2018.03.23 07:45

"달려라! 달려!"

지난 20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지난 2015년 10월 폐장 이후 한산했던 이곳이 이날만큼은 시끌벅적했다. 야구장 앞에는 주차 차량이 가득 들어찼다. 경기장 안에서 들려오는 함성은 주차장까지 쏟아져 나왔다.

오랜 기간 관객들의 발길이 끊겼던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17일 재개장했다. 1948년 개장했으니 70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 셈이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칠순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야구장이다.

지난 20일 대구시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대구중학교 야구부와 경상중학교 야구부의 경기를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지난 20일 대구시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펼쳐진 대구중학교 야구부와 경상중학교 야구부의 경기를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이 야구장이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덩치를 확 줄여 사회인 야구장으로 재탄생했다. 내·외야 관람석을 철거하고 더그아웃과 불펜을 새로 조성했다. 야구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잔디 산책로도 야구장 주변에 만들었다. 전광판과 조명시설, 울타리는 비교적 최근 설치한 것이어서 재활용했다. 사업비 33억5000만원을 들였다.

20일엔 대구중학교와 경상중학교 야구부의 경기가 펼쳐졌다. 파란 잔디가 깔린 야구장에 푸른색과 붉은색 유니폼이 뒤섞여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선보였다. 야구팀 관계자들과 선수 가족들도 관객석에서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지난 20일 대구시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대구중학교 야구부와 경상중학교 야구부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지난 20일 대구시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대구중학교 야구부와 경상중학교 야구부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경기장을 찾은 이순연(44·여)씨는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자주 찾았던 경기장이 폐장 후 철거되지 않고 새롭게 변신해 보기 좋다"며 "쾌적한 환경에서 경기를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 시설만 새롭게 태어난 것이 아니다. 야구장 안팎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레전드들이 남긴 흔적들이 있다.  장효조·이만수·김시진·류중일·강기웅·양준혁·이승엽·박한이·오승환·박석민 등 이름만 들어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선수들의 핸드프린팅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승엽 선수로부터 기증받은 배트, 모자, 신발 등 소장품도 전시돼 있다. 과거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활약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도 1층에 마련됐다. 산책로 설치된 이승엽 56호 홈런 기념 조형물도 관심거리다.

대구시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1층에 마련된 삼성 라이온즈 전시관. 대구=김정석기자

대구시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1층에 마련된 삼성 라이온즈 전시관. 대구=김정석기자

대구시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1층에 마련된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 소장품 전시관. 대구=김정석기자

대구시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1층에 마련된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 소장품 전시관. 대구=김정석기자

대구시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입구에 삼성 라이온즈 레전드 10인의 핸드프린팅이 전시돼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대구시 북구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입구에 삼성 라이온즈 레전드 10인의 핸드프린팅이 전시돼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은 그야말로 대구시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한 역사 공간이다. 48년 개장 이래 70~80년대 대구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82년부터는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됐다. 2016년 대구 수성구에 삼성라이온즈파크가 문을 열면서 홈구장이 바뀌었다.

수차례 증·개축을 하고 철제 기둥으로 안정성을 높였지만 2000년대 들어 시설 노후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2011년 4월 16일에는 경기 도중 정전이 발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경기는 다음 날로 미뤄졌다.

결국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은 2015년 10월 27일 문을 닫았다. 같은 해 10월 2일 치러진 kt 위즈와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한명재 캐스터는 "당신이 뛰었던 꿈의 구장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당신과 함께했던 추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34년간 멋진 추억을 남겨둔 대구 시민 야구장, 고맙습니다"라고 클로징 멘트를 했다.

야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엠엘비파크' 이용자 이진환(33)씨는 "야구를 좋아해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쌓은 추억이 많은데 다시 개장했다고 하니 매우 반갑다"고 말했다.

앞서 17일에는 재개장 기념행사도 열렸다. 재개장 행사에선 이만수·김시진·강기웅·양준혁·이승엽 선수가 팬 사인회를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또 핸드프린팅 제막식, 축하 공연, 개장 기념 시타 퍼포먼스, 사회인 야구대회 개막경기 등이 펼쳐졌다.

KBO 홍보대사 이승엽이 지난 17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재개장식에 참석해 관중석에서 환호하는 어린이팬에게 기념품을 선물하고 있다. [뉴스1]

KBO 홍보대사 이승엽이 지난 17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재개장식에 참석해 관중석에서 환호하는 어린이팬에게 기념품을 선물하고 있다. [뉴스1]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민운동장 야구장 재개장을 통해 이 공간이 가진 역사성과 가치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다"며 "올해 6월 스쿼시경기장, 12월에 축구전용구장이 준공되면 시민운동장이 도심복합 스포츠타운으로 새롭게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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