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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래차 집중한 영국, 일자리가 따라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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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위기의 한국 자동차 산업 <상>

#지난달 28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자동차산업위원회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영국 더비셔주(州) 버나스톤 공장에 2억4000만 파운드(약 3600억원)를 투자해 차세대 소형세단(야리스)을 생산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국, 국가 차원 최첨단 기술 개발 #도요타 “영국 공장에 3600억 투자” #한국, 친환경차 보조금 지원 치중 #기술 수준 일본의 80% 머물러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 90% 수입

#지난 6일(현지시간)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소개된 재규어 ‘I페이스’는 1회 충전으로 480㎞를 주행하면서 고성능차 뺨치는 성능(최고출력 400마력)까지 갖춘 차세대 전기차다. 이 차는 영국 워릭셔주(州)의 워릭 국가자동차혁신캠퍼스(NAIC)에서 개발했다.

미래형 자동차를 중심으로 영국의 자동차산업이 제2 중흥기를 맞고 있다. 2005년부터 11년 연속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었지만 올해엔 7위로 후진할 게 확실시되는 한국 자동차산업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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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50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수출하는 자동차 강국이었지만 기술·생산성이 떨어지며 쇠락했다. 그랬던 영국이 2009년 민관 합동 자동차위원회와 저탄소자동차청을 설립하면서 자동차산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특히 미래차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자동차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10여 개의 고부가가치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미래차 기초 기술을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은 영국보다 3년 빠른 2006년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은 더디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미래차산업 발전 전략’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의 90%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가격이 비싼 차량용 반도체는 100% 수입한다. 미래 자동차산업을 육성할 컨트롤타워도 없다.

한국은 또 영국처럼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친환경차 구매에 영국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썼다. 투자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엇갈린 전략의 결과는 확연하다. 영국이 지난 10여 년간 저탄소 기술 확보에 주력하자 외국 자동차 회사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만 있으면 자본투자·일자리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전략이 빛을 본 것이다. 반면 한국과 선진국 간의 미래차 기술 격차는 더 벌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고 기술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의 스마트 자동차 기술 수준은 79, 친환경자동차 기술 수준은 83이었다. 일본(94·100)은 한국보다 한참 앞섰고, 오히려 한국과 중국(62·70) 간 격차가 더 작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국이 미래차산업에 집중 투자한 건 기술·자본집약적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전략 덕분”이라며 “제2의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막으려면 우리도 영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웨스트민스터·워릭(영국)=문희철 기자
서울=김도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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