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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만화책 '보물섬' 기억나세요?.. 한국만화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옥선이, 너도 꼭 꼭 살아남아야 한다.'
20일 오전 찾은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입구 벽면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글 옆에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채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할머니의 그림도 있다. 할머니가 자신에게 하는 말인 것처럼 보였다. 슬픈 표정의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를 모델로 했다.

만화 <풀> 원화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 입구. 할머니의 슬픔이 엿보인다. 임명수 기자

만화 <풀> 원화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 입구. 할머니의 슬픔이 엿보인다. 임명수 기자

전시실 안쪽으로 들어서자 50여 점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김금숙 작가가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할머니의 삶을 그린 만화 <풀> 내용 중 대표적인 장면을 모아놓은 것이다. 각 그림에는 할머니의 슬픔과 황망함, 외로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만화 <풀>속 이옥선 할머니 뒤로 황망함이 느껴진다. 임명수 기자

만화 <풀>속 이옥선 할머니 뒤로 황망함이 느껴진다. 임명수 기자

만화 <풀>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2016 스토리 투 웹툰 지원사업’의 선정 작품이자 ‘2016년 대한민국창작문화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특히 지난해 5월 프랑스 낭트 한국의 봄 축제에서 한국 만화 최초로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만화책 <풀>의 뒷면(왼쪽)과 앞면. 이옥선 할머니의 현재의 모습과 처녀 때의 모습이다. 임명수 기자

만화책 <풀>의 뒷면(왼쪽)과 앞면. 이옥선 할머니의 현재의 모습과 처녀 때의 모습이다. 임명수 기자

김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지지 않는 꽃>,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 우리나라 원폭 피해자를 다룬 <할아버지와 보낸 하루> 등 소외된 피해자들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작품을 주로 그려왔다. 전시회는 다음 달 29일까지다.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만화 <풀>. 만화를 그리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임명수 기자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만화 <풀>. 만화를 그리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임명수 기자

기획전시관을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 3층으로 가면 ‘대한민국 만화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이 나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1960~70년대 등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다양한 만화책을 볼 수 있다.

한국만화박물관, 지난 17일 재개관 만화 <풀> 기획전시 #<풀>,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삶 고스란히 담겨 #1980년대 히트 만화책 '보물섬'부터 추억속 만화책 다양 #대한민국 만화역사 한눈에, 캐릭터 그리기 등 체험가능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는 1909년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삽화’다. 모자를 쓴 신사가 말을 하는 장면을 웃기게 풍자한 그림이다. 또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 단행본 <토끼와 원숭이>(1946년 발간)도 전시돼 있다. 이 책은 등록문화재 제537호다. 등록문화재는 보존 및 활용가치가 큰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청이 지정한다. <고바우영감>, <엄마찾아 삼만리>, <고주부 삼국지> 등도 등록문화재다.

198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연재만화책 보물섬. 임명수 기자

198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연재만화책 보물섬. 임명수 기자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연재 만화책 <보물섬>도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당시의 보물섬을 직접 읽을 수도 있다. 이밖에 <태양을 향해 달려라>,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광장> 등도 눈에 띄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 단행본 <토끼와 원숭이>(1946년 발간). 임명수 기자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 단행본 <토끼와 원숭이>(1946년 발간). 임명수 기자

한국의 대표적 원로 만화가 110명이 사용했던 펜도 전시돼 있다. 1960~70년대 동네에 하나쯤 있었던 만화 가게도 재현돼 당시의 만화를 직접 열람할 수도 있다. 스포츠만화, 명랑만화, 순정만화 등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만화책이 놓여 있다.

110명의 원로 만화작가들이 사용한 펜. 임명수 기자

110명의 원로 만화작가들이 사용한 펜. 임명수 기자

아이들을 위한 4D 상영관도 있다. 현재는 ‘엄마 까투리’가 상영 중이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1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모두 21회 상영한다. 어른·어린이 관계없이 관람료는 1000원이다.

한국만화박물관 앞 광장에 놓인 만화 캐픽터. 임명수 기자

한국만화박물관 앞 광장에 놓인 만화 캐픽터. 임명수 기자

4층에는 ‘만화가의 머릿속’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작고 독특한 공간이 있다. 만화가가 옆으로 누워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각양각색의 만화 캐릭터와 일정표, 거울 등 잡다한 것이 있다.  만화속 캐릭터를 옮겨 그려보는 ‘나도 만화가 만화 그리기 체험존’에서는 아이들의 대통령을 불리는 ‘뽀로로’부터 ‘장그래’ 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그려볼 수 있다. 이밖에 영·유아 그림체험, 캐릭터와 사진찍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도 있다.

만화가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임명수 기자

만화가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임명수 기자

이날 아이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정봉현(46)씨는 “지난해 한 번 와보고 재개관한다기에 아이와 함께 왔다”며 “아이가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나도 어릴 적 보던 만화들이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아들 시우(7)군은 “TV에서 보던 것을 직접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1960~70년대 만화가게를 재현해 놓았다. 임명수 기자

1960~70년대 만화가게를 재현해 놓았다. 임명수 기자

특히 박물관 2층에는 27만권에 달하는 다양한 종류의 만화책이 놓인 ‘만화도서관’도 있다.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50석 정도의 좌석이 있어 아이들이 전시관을 도는 동안 잠시 추억에 잠기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박물관 맞은편 건물에는 ‘웹툰 캠퍼스’라는 공간이 있다. 인기 웹툰 작가부터 유망주까지 다양한 작가들이 와서 작품을 그리는 공간으로 일반에게도 공개된다.

한국만화박물관 앞 광장에 놓인 만화 캐픽터. 임명수 기자

한국만화박물관 앞 광장에 놓인 만화 캐픽터. 임명수 기자

백수진 정책기획팀장은 “만화박물관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전시를 비롯해 추억이 담긴 다양한 종류의 만화책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라며 “봄 나들이철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추억으로의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아이 관계없이 5000원이다.

부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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