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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 회장 "먹튀 있을 수 없다…기술력 금호에 안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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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쌍용자동차 (먹튀 논란) 건은 14년 전 일이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먹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 차이용선(柴永森) 회장은 16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먹튀’ 우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건 금호타이어의 기술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며, 따라서 먹튀란 건 있을 수 없다”며 “(인수 후) 금호타이어가 부도나면 가장 피해가 큰 것은 금호타이어 직원들과 (인수한)더블스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블스타 측이 국내 언론에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한 입장을 직접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이용선 더블스타 회장, 처음 입장 밝혀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더블스타의 차이용선 회장. [사진 더블스타]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더블스타의 차이용선 회장. [사진 더블스타]

그동안 국내에서는 ‘기술을 확보하고 나면 먹튀할 우려가 크다’거나 ’자금력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만한 역량이 안된다 ‘는 등의 우려들이 쏟아졌다. 차이 회장은 이런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더블스타의 역량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더블스타는 이날 칭다오에 있는 둥자커우(董家口) 공장 내부를 공개했고, 연구개발(R&D)센터도 소개했다. 둥자커우 공장에 대해선 “인더스트리 4.0 시스템이 적용된 최첨단 공장이며, 공장의 스마트 장비와 로봇의 80% 이상을 자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더블스타 둥자커우 공장 내부. [사진 더블스타]

더블스타 둥자커우 공장 내부. [사진 더블스타]

차이 회장은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의 3분의 1 이상도 더블스타의 역사와 기술력을 소개하는데 할애했고, 이후 질의응답 중에도 수차례 더블스타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그는 “더블스타의 강점은 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TBR)에 있고, 금호타이어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우세하다”며 “금호타이어의 강점은 승용차용 타이어(PCR)에 있기 때문에, 금호타이어의 PCR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서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호타이어 위기의 핵심 원인인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금호타이어의 중국 내 평판 하락 등 부진의 원인이 여러가지 있는데, 더블스타가 도와줄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기술을 취득하고 이득을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도와줘 ‘윈윈’할 수 있으므로, 먹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더블스타 둥자커우 공장 조감도. [사진 더블스타]

더블스타 둥자커우 공장 조감도. [사진 더블스타]

차이 회장은 자금력과 금호타이어의 미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금호타이어 인수에는 더블스타 외에 칭다오 궈신(國信)그룹과 칭다오 청터우(城投)그룹, 칭다오강(港)그룹 등 칭다오 지역에 있는 3개의 국유기업이 함께 컨소시엄(한국싱웨이주식회사)을 꾸려 참여하고 있다”며 “세 회사의 순 자산 총액만 15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한 “칭다오는 타이어 산업을 우선으로 발전시키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블스타 뿐 아니라, 지역 산업을 위한 전략적 투자이므로 인수 후 단기간에 입장을 바꿔 금호타이어를 버릴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임협 유지 등 요구안, 전달 못 받아"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도, 금호타이어를 둘러싼 우려와 노조의 반발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 회장도 “먹튀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나 먹튀 방지를 위한 약속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차이용선 더블스타 회장

차이용선 더블스타 회장

앞서 금호타이어 측은 12일 “김종호 회장이 고공농성 중인 노조 집행부를 만나 ‘더블스타의 구체적인 인수 목적 및 조건, 투자 계획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회사의 독립경영, 3승계(고용보장, 노동조합, 단체협약), 국내 공장 투자 등에 대한 회사의 핵심 요구 사항을 더블스타에 전달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는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차이 회장은 노조의 요구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노조나 임금단체협약 유지와 관련한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 처음 들어 본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관리자(사측)과 노조가 합의에 도달해서 이른 시일 내에 다 함께 인수 건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노조의 요구 사항과 관련해 산업은행 및 금호타이어와 더블스타 사이에 공감대는 형성돼 있을지 몰라도, 구체적인 합의까진 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더블스타 둥자커우 공장 내부. [사진 더블스타]

더블스타 둥자커우 공장 내부. [사진 더블스타]

"필요시 노조 만날 것, 동의 없이 인수 안해"

차이 회장은 노조를 직접 만나 설득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할 수 있다), 그 점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산업은행이 밝힌 투자유치 조건인 ‘3년 고용보장, 5년 최대 주주 유지’을 비롯해, 구체적인 약속이나 경영 계획 등도 언급하지 않았다. 인수 후 태도를 바꿨을 때 견제할 장치와 관련해선 확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일지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일지

다만 그는 “회사 전체 직원의 이익이 가장 먼저라는 게 더블스타의 경영 이념”이라며 노조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해외매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수차례 밝혀온 산업은행은 노조 설득과 여론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19일 광주지역에서 기자간담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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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중국)=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차이용선(柴永森) 회장=상하이 이공대학에서 학사, 중국 해양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가전기업인 하이얼그룹에서 29년간 근무하며 글로벌 운영부문장, 디지털ㆍ에어컨제품 부문장, 선임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4월 칭다오 지방정부의 결정에 따라 더블스타 회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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