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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만장일치로 출범한 절대권력 시진핑 2기

중앙일보

입력

마오쩌둥(毛澤東) 이래 최강의 권력자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체제가 진용을 완성하고 공식 출범했다. 헌법상 중국의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17일 시 주석을 국가주석에 재선출하고, 왕치산(王岐山) 전 기율검사위 서기를 국가부주석으로 선출했다.

역대 중국 국가주석 선거 다음날 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편집의 변천 모습. 1998년, 2008년 국가주석과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국가부주석 사진을 동일한 크기로 편집했던 것과 달리 올해 3월 18일자 1면은 시진핑 주석 사진만 과거보다 4배 더 크게 두 장을 배치했다. [사진=인민일보DB 캡처]

역대 중국 국가주석 선거 다음날 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편집의 변천 모습. 1998년, 2008년 국가주석과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국가부주석 사진을 동일한 크기로 편집했던 것과 달리 올해 3월 18일자 1면은 시진핑 주석 사진만 과거보다 4배 더 크게 두 장을 배치했다. [사진=인민일보DB 캡처]

이로써 완벽한 친정 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고 그 누구의 도전도 용납치 않는 막강 권력을 굳히게 됐다.

그 누구의 반대도 견제도 용납않는다는 의미 #마오 이후 사라진 '조타수''영수' 용어 재출현

17일 전인대의 표결결과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시 주석 재선에 대한 표결 결과는 2970명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3연임제한 규정을 없앤 된 11일의 개헌안 표결(반대 2, 기권 3)이나 5년전 첫 국가주석 선출(반대 1, 기권 3)때와 달리 단 한표의 이탈도 허용치 않았다. 왕 부주석에 대한 반대도 딱 1표에 그쳤다.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는 전인대의 표결에서도 유의미(有意味)한 숫자의 반대표는 여러 차례 있었다. 2003년 후임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에게 군권(軍權) 이양을 거부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대한 군사위 주석 표결에서 8%에 가까운 반대ㆍ기권표가 나왔다. 당시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에 대한 반대ㆍ기권은 12.5%나 됐다.

시 주석 역시 2008년 국가부주석으로 선출될 때는 반대 28표, 기권 17표로 왕성쥔(王勝俊) 인민법원장(반대 36표) 다음으로 많은 반대표를 받았다. 전인대 대표들의 정치적 의사가 어느 정도 표출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ㆍ왕 체제’에선 일사불란한 단결만이 강조되고 있다. 인민일보는 만장일치 결과가 나오자마자 ‘시진핑은 국가의 조타수, 인민의 인도자’란 제목의 사설을 홈페이지에 싣고 “만장일치로 선출된 것은 당과 인민, 국가 의지의 단결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설은 18일자 지면에도 그대로 실렸다.

이는 인민일보가 2011년 3월 “만장일치 당선은 더욱 위험하다”란 제목의 칼럼을 실었던 것과 180도 달라진 논조다. 당시 인민일보는  “선거에 복종은 적어지고 민주가 많아져야 한다”며 “만장일치가 계속되면 반항의식이 침묵 속에 쌓여 결국 폭발하는 날이 온다”고 썼다. 중국 문호 루쉰(魯迅)이 남긴 “침묵 속에서 폭발하지 않으면 침묵 속에서 멸망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만장일치 당선은 선거로 민의를 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지방 당 조직에서 만연해 있던 만장일치 선거를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인대를 계기로 이 칼럼이 7년만에 일부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자 중국 당국은 즉각 이를 삭제했다.

인민일보 사설이 시 주석에 대해 ‘조타수’와 ‘영수’란 표현을 사용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두 단어 모두 마오쩌둥에게 사용되던 호칭들로 그의 사후 1인숭배 방지 차원에서 금지어가 되다시피 한 용어다.

18일자 사설은 시 주석을 ‘조타수’로 비유하고  “시 주석은 선견지명과 전략운용이 탁월한 영수의 풍모를 보여줬다”며 “모든 인민이 우러러 받드는 영수”라고 표현했다. 최근에는 관영 매체 보도나 주요 간부의 발언에서 ‘영수’란 호칭을 사용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남은 수순은 당ㆍ정부의 공식 문건에 등장하는 일이다. 2년전 ‘핵심’ 용어 호칭 공식화와 같은 양상이다.

시 주석에 대한 만장일치 결과가 전광판으로 표시되자 인민대회당 장내는 떠나갈듯한 박수와 함성으로 뒤덮였다. 왕 부주석과 리잔수(栗戰書) 신임 전인대 상무위원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연단에 선 시 주석은 왼손을 헌법 인쇄문에 얹고 오른손 주먹을 들어올렸다.

연임제한 철폐로 언제 권좌에서 내려올지 알 수 없게 된 그는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적이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대국 건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서했다.  베이징=예영준ㆍ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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